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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an 04. 2023

새해 첫 출근길


다소 막히려나 했던 새해 첫 출근길은 예상보다는 번잡하지 않게, 그러나 적당히 줄을 서야하는 정도였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은 정확히 7일 간격이라 둘 다 일요일인 올해, 그 사이에 끼인 4일(12월 26일, 1월 2일은 대체 휴일)을 휴가내면 무려 11일이라는 긴 휴식을 즐길 수 있는데, 물론 우리는 그런 연휴 조차 빈익빈 부익부인 사회에 살고 있어서 누구나 그 시간을 즐 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행히 저는 일부라도 쉬면서 연말 연시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번개 송년회를 했고, 우리는 기분좋게 먹고 마시고 놀았습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들과의 이런 모임은 언제나 첫 한잔으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내가 마신 술은 시간이 지나며 술이 술을 마시고 마침내 술이 나를 마셔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알고도 피하기보다는 찾아가는 타고난 습성탓입니다. 


장성하여 각자의 자리를 찾은 아이들은 내눈에는 늘 뭔가 도와주고 지켜줘야할 것만 같은데, 이제는 그런 마음을 지긋이 누르고 그저 듣기만 합니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스스로 먼저 입을 열테니 말입니다. 살다보면 남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럴 때 그저 전화기를 꺼내 '아빠..'로 시작하는 톡이면 충분한 사람이면 되겠습니다. 다행히 이번 연말에도 모든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제가 씻은 상추와 쑥갓과 유초이와 마늘과 고추를 곁들여 역시 제가 구운 삼겹살로 가족 파티를 했습니다. 


2022년 1월 1일은 날씨가 흐려서 대서양 해돋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저 구름 너머에 해가 있겠거니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22년은 여러 곡절이 많았습니다. 설마 해돋이에서 해를 못봐 그랬겠습니까만 우연의 일치인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23년 1월 1일 새벽, 우리는 제대로 씻지도 않고 대서양이 보이는 뉴저지 바닷가로 내달렸습니다. 우리집에서 대략 100km가량 떨어져 있는 곳입니다. 일출 예정시간에 맞춰 출발하다보니 40분여 후에 하늘이 훤하게 밝아오는 것이 보입니다. 일주일전 예보때만 해도 흐림으로 나왔고 31일에는 밤새 비가 내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새벽 하늘은 너무나 맑아서 오늘은 해돋이 제대로 보겠구나 싶었습니다.


일곱시 조금 넘어 도착한 샌디훅에는 이미 부지런한 사람들이 바닷가 백사장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23년 1월 1일이 최근 10여년 보러다닌 해돋이 중 제일 포근한 날인 듯 싶게 해뜰무렵의 기온이 화씨 52도였습니다. 7시 20분 무렵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만들어진 경계 사이로 해가 혓바닥 내밀듯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바다 저 밑에서 치솟아 오르는 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만 힘차게 솟구칩니다. 태양은 위로 올라올 수록 점점 위력을 발휘하더니 마침내 쳐다볼 수 조차 없게 빛납니다. 2023년의 만사형통을 축원하는 완벽한 해돋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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