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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Oct 27. 2023

미국은 침체해야만 하는가

2023년 3/4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율은 4.9%로 월가의 전망치 4.5%를 훌쩍 뛰어넘는 초강세 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소위 전문가들은 곧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계속 내놓았는데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침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엔진이 식어가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곧 미국의 성장세가 멈추고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들 한다. 도대체 왜 그들은 침체를 예상하고(혹은 예상해야만 하고) 있으며, 또 실물 경기는 왜 계속 잘 나가고 있는 것인가.


미국 경기는 지금 절대로 침체에 빠질 수 없는 구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덕분에 미국을 떠받치는 양대 산업, 석유 산업과 군수 산업이 2차대전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던 파이프 라인은 잠긴지 오래다. 그 물량을 고스란히 차지한 나라가 미국이다. 지금 미국은 원유와 가스 수출 1위 국가다. 원유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미국의 집요한 노력은 지난 20여년간 죽일 듯이 못살게 굴었던 베네주엘라를 슬그머니 풀어주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기업들이 베네주엘라에 들어가서 원유 채굴을 하고 그것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유럽으로 수출하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러시아가 미국에게 빼앗긴 유럽 시장을 다시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것은 여러 요인이 있으나 그동안 생산-소비의 관계가 석유 수출의 경쟁관계로 바뀐 것과도 연관이 있다.


2022년 한국 미디어를 달군 뉴스 중에 하나가 폴란드의 무기 이슈였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곧 자신의 위기로 여겨 가용한 무기를 최대한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미국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긴급히 미국에 무기 판매를 요청했으나 미국도 이미 주문이 꽉 차 무기 인도가 2025년 이후라야 가능한 상태였다. 미국의 압력에 의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밖에 없었던 폴란드는 미국과 무기 호환이 가능하며 가장 짧은 시간안에 무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거래는 미국 무기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무기 시스템상 미국의 승인 혹은 적어도 묵인하게 가능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즉 우리 무기 수출은 물론 우리가 상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휴전 상태에서 무기 성능을 쉼없이 개선해온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음을 먼저 인지하면서, 그래도 최종적인 것은 미국의 무기 산업 캐파 부족이 어느정도 기여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을 동유럽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기존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속해있던 나라들을 하나둘 나토의 우산 속으로 끌여들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 쏘련의 무기 시장이 미국의 무기 시장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난 십수년동안 바르샤바 조약 기구에 속해 있던 나라들은 여전히 소련제 무기를 유지했고, 따라서 소련제 부품과 대포, 총알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은 그것을 미국제 무기로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왔으나 실패했는데, 그러던 것이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한번에 미국 무기 체계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의 군수산업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도 향후 적어도 10년은 초호황을 누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전쟁의 결과로 얻게된 이 선물을 대놓고 자랑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매일 수백명의 목숨이 사라지는 전쟁 아닌가. 그 댓가로 미국 경기는 끄떡없다고 하기에는 너무 염체없는 짓이다. 그러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데 실물 경기를 나타내는 성장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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