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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묘 Jul 08. 2019

파리는 빗 속이 가장 예쁘죠

[틈 사이에서 발견한 행복한 날의 허술한 기록] 프랑스 파리

여름에 접어들어 더울 것이라 생각했던 파리는 너무나 추웠다. SPA 브랜드 몇 곳을 돌아 걸칠 옷가지와 머플러를 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가 내렸다. 센느강 위 유람선에서 보는 야경이 제대로라고 했는데 날씨가 조금 야속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겨우겨우 마지막 시간 바토무슈를 탔다. 비는 야속했지만 유람선 안 창문으로 바라본 야경도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 반짝이는 에펠탑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너무 좋다. 파리"

코스를 다 돌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하지만 그 행복감도 잠시. 숙소에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버스는 끊긴 거 같고, 택시도 위험에 보이고 밤길은 더더욱 위험할 것 같았다.

"강변 따라 걷자. 가로등 불빛도 있고 산책하거나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있을 거야. 사람이 많으면 덜 무섭지 않을까?"


총 맞을지 모른다는 파리의 밤거리를 걷다니. 그도 낭만이었다.

"여기 파리 맞지? 저기 반짝이는 것은 에펠탑이고 난 지금 센느 강변을 걷고 있어. 꿈은 아니겠지?"

찰칵찰칼 눈에 담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겠노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지금 보아도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이 가장 좋다. 어디든 관광지라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밤이라 사람도 없고 비 온 다음이라 고즈넉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한국에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다시 봤다. 내 눈에 담아왔던 파리를 다시금 떠올렸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다른 것에 취해 보지 못했던 장면과 대사가 들어왔다.

"파리는 빗 속이 가장 예쁘죠."

오프닝도 엔딩도 비 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파리의 밤을 곁에 두고 또 다른 파리를 꿈꿨다. 오늘은 누군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일 텐데 우리는 내 손에 쥐어진 오늘의 행복에 너무도 무덤덤하다. 이 행복이 당연한 듯 살지 말자.


if you stay here,
it becomes your present then pretty soon you will start imaging another time was really your golden time.
That's what the present is.
It's a little unsatisfying because life is so unsatisfying.

만약 당신이 여기에 머문다면 이 시대는 당신의 현재가 될 것이고,
얼마 뒤에는 또 다른 시대를 꿈꾸게 될 거예요.
정말 당신의 황금시대 말이에요.
근데 현재는 좀 불만스럽죠, 인생이 좀 불만스러우니깐요.

-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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