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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Feb 23. 2019

영화 추천받습니다  #1 가위손

“영화에 영화 쌓기”


“영화에 영화 쌓기”          

인생 영화가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바뀌는 이 갈대 같은 마음에 왠지 모를 죄책감이 생길 즈음 어떤 사람이 그랬다. 좋아하는 영화는 바뀌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라고.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내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단단한 지평임을 느꼈다. 쌓아야 할 영화가 많을텐데 나 혼자 이를 쌓아 올리기엔 역부족임을 느낀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영화를 추천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영화를 추천받아보려 한다.      

(가끔씩)화요일에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영화를 보고 글을 쓰려 한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누구라도 자신의 인생 영화를 과감히 추천해주길 바란다.       



<가위손>     

1990 미국

감독: 팀 버튼

출연: 조니 뎁, 위노나 라이더, 다이앤 위스트

장르: 판타지, 멜로·로맨스 | 개봉: 1991.06.29

상영시간: 100분 | 15세 관람가     


 가까운 사람에게 맨 처음 추천받은 영화가 <가위손>이다. (문샤크님 감사합니다)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본 소감은 그 때 봤을 때보다 더 슬프고 현실적이라는 것. 그저 어른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쯤으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에드워드에게 보이는 이방인의 면모 앞에서 그 모습을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만 말할 수는 없었다.           



가위와 손          

 가위는 어떤 물건인가.      

 가위는 무언갈 집을 수 없다. 무언갈 잡으려 세게 쥐면 쥘수록 더욱 그것을 헤치는 일이 된다. 그치만 칼이나 다른 도구와는 달리 쥐는 행동은 가능하다. 고로 가위는 잡을 수 있는 기본 능력은 있지만 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는 없다. 이 모순 속에 가위손의 슬픔이 서려있다.

 에드워드는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동시에 그럴 수 없다. 주운 돈을 어떡하겠냐는 우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겠다는 현답을 내뱉는, 옅은 미소를 띤 그의 순진한 얼굴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안아달라는 킴의 말에 선뜻 안아줄 수 없어 킴에게 안기고야 마는 에드워드는 자신이 만족하는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의 가위가 아주 조심스레 콩을 집는 것과 같이 그는 킴에게 선뜻 다가가지도 마음을 내비치지도 못한다. 그저 숨기지 못해 새어 나올 뿐이다. 결국 에드워드는 마을에서는 쫓겨나게 됐지만 그의 사랑은 그만의 방식으로 지킬 수 있었다. 한 걸음 뒤에서 킴을 위하는 일. 자신의 만족이 아닌 오로지 상대방을 위하는 사랑.            


(...)
너의 외투 속을 날아다니는 작은 새
그 새의 둥지를 부수지 않고
너를 꼭 안아 줄 수 있을까     

이제니, 청혼, 「조이와의 키스」      


그건 꽤나 힘든 일이겠지.


이방인으로서의 삶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청량한 색감의 하늘과 형형색색 파스텔톤 단색의 마치 장난감 같은 집들이다. 이 집들은 꽤나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데 특히 펙이 화장품을 팔기 위해 처음 에드워드가 사는 산으로 향할 때가 절정이다. 알록달록 파스텔 톤의 집과 대조적으로 우중충하고 어두운 그 산은 같은 지역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다.

 이는 마치 가위손인 에드워드가 마을을 바라보는 느낌일 것 같기도 했다. 이방인의 눈에는 원래 그렇다. 원래 있는 다수의 것들이 더 과장되어 좋아 보일 수 있고, 다수:1이라는 점에서 묘한 열등감과 위축감이 존재한다. 그런 것들이 다소 조악해 보이는 동네 색깔로 드러났을 수 있겠다는 생각.                     


 재미있는 건 이발컷이었다. 심심했던 동네의 이슈거리가 된 에드워드는 그가 가진 가위손의 재능을 살려 애완견의 미용을 맡게 된다. 이는 입소문을 타 줄을 서서 애견미용을 받고, 급기야 마을 사람들 자신의 머리도 자르고 스타일링 받게 된다. 중단발이나 장발의 비슷한 파마머리를 가졌던 마을사람들의 머리가 파격적으로 변하고 이에 크게 만족한다.(아니 그 머리에 만족하다니요..?) 이 장면이 에드워드가 처음으로 그저 ‘이슈거리’에서 벗어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남의 다름을 받아들이면 나 또한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것.

중요한 건 다름에 대한 태도, 과도한 동정이나 떨떠름한 무관심이 아닌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일테다.                


+에드워드를 연기한 조니뎁의 극 중 창백한 얼굴,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불안한 눈동자, 거기에 더해지는 소년의 수줍은 미소가 참 아름다웠다. (이런 에드워드는 17년 후 이발칼을 든 잔혹한 이발사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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