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
어느 뮤알못의 뮤지컬 관람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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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도, 소극장 뮤지컬까지 일일이 챙겨보는 뮤덕도 아니었지만 비싼 대극장 뮤지컬만 매번 챙겨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뭔가의 덕질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려 먹으면 안 된다는 일념 하에 도전한 작품.
요즘 갑작스레 뮤지컬에 깊이 심취한 이유에는 양날의 검 같은 구석이 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 그들이 표현하는 격정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데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인데, 그 부분에서 대사가 자칫 너무 노골적이면 몰입이 탁 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그 친절한 독백에 나는 극에서 빠져나와 그를 어색하고 낯설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작품도 라흐마니노프가 그의 상처를 드러내며 쏟아내는 “나는 어렸을 때 이런 상황이었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그의 독백은 너무나 노골적인 울부짖음이어서 순간 나는 일개 관객임을 자각하게 되고 갑작스레 뻘쭘해지는 것이었다.
그치만 그것을 용인할 수 있을 만큼 좋았던 넘버에 마음을 홀랑 빼앗겼다. 피아노와 현악 4중주의 연주가 소극장을 가득 채우며 그 사운드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경험도 기분이 좋았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주구장창 듣고 갔던 덕에 그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넘버들이 익숙하게 느껴져 원래 알던 넘버 마냥 즐길 수 있었다. 워낙 아름다운 곡이니까 그것에 가사를 붙인 들 곡이 훼손되는 일은 만무하다(지금 당장 유튜브에서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어보세요).
2인이 끌어가는 극인 만큼 둘의 목소리나 노래 스타일이 나의 기호와 맞는지도 극의 만족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다행히 이해준 배우와 임병근 배우에게 반하고 돌아왔다.. 기럭지 무슨 일인가요.(음악보다도 외형에 반한 모양)
어쨌든, 내 뮤지컬 덕질에서의 숙제는 아마 서사까지 마음에 드는 인생 뮤지컬을 찾는 일이겠다는 생각을 하며.. 혼잣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