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오전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카페로 가서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로 간소한 아침을 챙겼다. 낙엽이 눈처럼 떨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느긋하게 보고 있자니 정말 행복했다. 이건 얼마 전에 다녀온 다낭에서도 느꼈던 감정인데 맛있는 음식과 여유, 눈앞에 자연 풍경이 내겐 보장된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 셋은 늘 우연하게 충족되었는데 이제 의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하루를 시작한다. 기질 검사에서 늘 우울함이 깔려있다고 나왔는데 이건 억지로 없앨 수도 없고 이젠 업된 상태가 불편하다. 그리고 우울하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사람인 것도 아니다. 나는 실제로 엄청 긍정적인 사람이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달리기를 그만두고 요가를 시작했다. 다녀와 밥을 먹는 중 ‘수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그중 ‘좀 더 아름다움을 많이 본 사람들, 좀 더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결국 가장 마지막까지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뭐든 너무 많이 사랑하고 너무 많이 아파하는 기질이 정말 싫었는데 실은 이런 성향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주고 있던 게 아닐까. 나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아주 많다. 아마도 나는 마지막까지 남을 사람 중에 한 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