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글을 메모장에 써왔고 이 지문만큼 작은 키보드가 펜을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은데 노엘이 아이펜슬을 갖고 놀다 잃어버린 후로 글을 쓰는 게 불편해졌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거쳐온 세대이기에 어느 한쪽에도 의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날로그에 기대는 바가 더 컸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이 글을 어떻게 쓰냐고 묻기에 짧게 짧게 메모해 둔 글들을 어느 필요한 순간이 오면 합쳐서 조합한다고 대답했는데 (마치 영상을 편집하는 것처럼) 마지막 조합의 과정에서 꼭 펜을 거친다. 참으로 번거로운 방법이다. 하지만 손을 거치지 않으면….
그리하여 짭펜슬을 샀다. 고양이 노엘이 갖고 놀다 잃어버린 물건으로는 이밖에도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고 그 외에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수두룩 할 텐데 이사 갈 때나 발견할 수 있겠지. 머리 고무줄 요정처럼 노엘은 어디에 내 물건을 감춰두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