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컨데,
네가 엄마 뱃속에서 온전한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맞이한 것이 감정이었으리라.
느껴지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했을지라도, 그것이 앞으로 너를 지배할 거대한 산인 줄 알았으리라.
적당한 상쾌함으로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이 꼭 산 중턱 같고,
가빠진 숨으로 자신을 잃어버릴 때는 산 정상 같은.
그 낙차에 어쩌지도 못한 채 당하고야 마는 그것을 어찌 소개해야 할까.
부디,
감정의 파도가 널 덮치더라도
조금도 웅크리지 말기를.
감정의 소용돌이가 네 하루를 감싸는 날에도 스스로를 감추지 말기를.
감정엔 현재 상태의 지속성을 맹신하게 하는 힘이 있고, 삶의 연속성을 감추는 속성이 있으니.
감정은 관성을 강화하고 고장 난 나침반을 평화롭던 네 식탁에 올릴 테니.
감정이 지닌 필연적인 거짓말을 당당하게 벗겨내길.
그 엄청난 낙차에도
시간에 함유되어 있는 치유를 믿고,
낙하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