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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빛수의사 Mar 24. 2023

정답 없는 질문

고양이별로 돌아간 아이, 세상에 남은 아이.

내 나이 또래의 젊은 남자가 고양이 한마리를 데리고 왔다.

아이는 옅은 숨을 연거푸 내쉬고 있었고 오랫동안 밥과 물을 먹지 못했는지 탈수도 매우 심했고 야위어 있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년 전부터 돌봐주던 길고양이 였는데,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돌봐주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갔더니 지금 모습으로 발견되어 바로 데리고 오셨다고 한다.


보호자와 간단한 문진을 마치고, 컨디션을 고려하여 전염병검사와 혈액검사를 먼저 진행했다.

검사 결과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이는 탈수가 매우 심했고, 빈혈과 측정불가치의 염증수치와 신장수치가 확인되었다

적극적인 검사와 입원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아이를 데리고 온 보호자는 그럴 형편이 되지 다고 했다.

전반적인 아이상태 설명과 함께 추가로 필요한 검사, 입원비 등 치료 비용에 대하여 간략하게 상담이 진행되었다.

사실 수의사 입장에서도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아이들과 몇 년을 함께 한 보호자들도 치료의 확신이 없는 중증환자에서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보호자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 우리 아이 먼저 치료 해주세요."


이후 보호자와는 많은 이야기를 했고,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먼저 통증을 최소화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이후 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보호자는 매일 아침 저녁마다 내원하여 아이를 쓰다듬어주고 이름을 부르며 돌봐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었다. 

하지만 나와 보호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이의 상태는 점차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이 곁에서 한참을 면회를 하던 보호자는 불현듯 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사실 이 아이에게는 딸고양이가 있어요. 같이 늘 돌봐주던 아이인데, 그 아이한테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데리고 올께요. 그때까지만이라도 아이를 꼭 살려주세요."


중증환자가 많은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다보면,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 혹은 바로 지금 환자에게 고비가 찾아왔음을 직감하게 된다. 

아이의 호흡은 점차 얕아지기 시작했다. 보호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할수 있다 전화를 했고, 금방 올수 있다던 보호자는 한참이 지나서야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병원으로 내원했다.


"선생님, 오늘은 꼭 그 아이를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제 마음도 몰라주고 잡히지가 않아서 데려오지 못했어요. 엄마가 많이 아프다고 알려주었는데도 결국 데리고 오지못했어요.

   엄마랑 마지막 인사를 꼭 시켜주고 싶었는데, 결국 데려오지 못했어요."


그렇게 그날 밤 아이는 보호자의 곁에서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아이의 몸에 붙어있던 카테터 바늘을 제거하고, 한참동안 그루밍하지 못해서 엉켜버린 털을 빗어주고, 염을 마친 아이는 작은 상자관에 담겨 보호자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보호자는 다시 나에게 물어봤다.

"선생님, 이 모습이라도 딸 고양이에에게 보여주는게 맞을까요?"


가끔씩 듣는 질문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쉽게 답변할수 없는 질문이다.

" 보호자가 딸고양이를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랜시간 함께한 아이와는 작별을 인사를 하게 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딸 고양이는 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사실 저도 쉽게 말씀을 못드리겠어요."


무엇이 정답일까?

아이들이 말을 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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