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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영 Oct 05. 2020

기술이 만든 세상,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개인이 생각하는 힘을 파괴하는 알고리즘을 고발하는 다큐 <소셜딜레마>

코로나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SNS와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밖을 직접 나가지 않아도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이것들에 몸과 마음이 다 사로잡힌 느낌이 들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를 따라가다 보니 나란 사람은 사라져 있는 느낌이랄까. 살아가는 이 시간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영혼 없는 객체와 무엇이 다를까.


10-20대에는 새벽 감성으로 글과 그림을 끄적이던 시간이 있었다. 해가 뜰 때까지 나의 감정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적었고, 좋아하는 노래를 무한 반복하며 음미하던 때가 있었다. 후에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 시간을 점점 줄여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나라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세상에 설 힘이 길러졌다.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시간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다큐멘터리에서는 결국 거대 공룡 IT산업에서 돈을 버는 수단은 '소비자의 시간을 뺏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광고주를 끌어들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IT기업은 중독에 나약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사용자의 시간을 뺏고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포스팅이 나타나길 바라며 무수한 새로 고침과 스크롤을 내리는 모습, 좋아요 수를 보며 자기 만족감을 느끼는 모습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중독적으로 새로운 사냥감을 끊임없이 찾는 모습이다. 결국 이러한 측면에서는 '사용자를 위한' UX는 존재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The Social Dilemma>

알고리즘은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건들려 편향된 뉴스를 계속해서 추천한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같은 현상을 보아도 본인만의 논리에 갇혀 흑과 백,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를 만큼 정보의 혼돈 속에 살아가고 있다. 


4차 산업이 오면 로봇과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이를 대응해야 한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다. 나는 가장 심각한 건 일자리가 아니라 나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IT산업에서는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모른척하기에는 알고리즘이 만들고 있는 어두운 현상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소극적인 가이드라인이 아닌, 사용자에게 알고리즘 조절하는 방안 등 적극적으로 사용자를 위한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


며칠 전부터 아이폰 기능 중 하나인 스크린 타임으로 나의 시간을 많이 뺏는 앱에 시간 제한을 걸어 두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늘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나에게 일종의 방지턱을 주었다. 이로써 조금이라도 주체적인 생각을 갖고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 더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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