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뗑킴, 팬심을 벽에 걸다 -FanCase16

2015년 블로그 댓글이 2026년 성수동 파사드까지 흘러간 길

by 박찬우
고객은 브랜드의 성장을 함께 일구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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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한복판, 플래그십 스토어의 외벽이 바뀝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브랜드 로고도, 시즌 캠페인 비주얼도, 이름 있는 아티스트의 설치 작업도 아닙니다. 공모로 뽑힌 단 한 명의 고객이 그린 작품이 6개월간 성수를 지키게 됩니다. 상금은 1,000만 원. 접수 기간은 4월 21일부터 5월 12일, 발표는 5월 21일, 전시 시작은 6월 4일입니다.


이 한 장면이 상징적인 이유는, 파사드가 오랫동안 브랜드가 가장 공들여 '말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비싼 위치에, 가장 정제된 언어로, 가장 완벽한 이미지를 걸어두는 무대. 마뗑킴은 그 무대를 비워서, 고객에게 넘겼습니다.


이 낯선 장면을 이해하려면 마뗑킴이 밟아온 11년의 궤적을 먼저 되짚어야 합니다. 공동 창조는 이 브랜드에게 덧씌운 전략이 아니라, 처음부터 몸에 밴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30만 원에서 2천억까지: 팬덤이 먼저였던 브랜드


2015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마뗑킴의 출발점은 네이버 블로그였습니다. 첫 자본은 6만 원이었고, 그 6만 원을 잃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받은 30만 원으로 다시 시작한 동대문 사입이 두 번째 시도였습니다. 창업자 김다인 전 대표는 판매자가 아닌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자신의 일상과 취향을 공유하며 팬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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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법인 전환, 2020년 무신사 입점으로 마르디 메크르디·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와 함께 '3마' 트렌드의 중심에 섰고, 2024년 매출 1,288억 원, 2026년에는 2,000억 원 돌파가 유력합니다. 6년 만에 40배가 넘는 성장입니다.


이 서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성장의 방향입니다. 마뗑킴은 하향식(Top-down)이 아니라 상향식(Bottom-up)으로 쌓여온 브랜드입니다. 팬이 먼저 있었고, 브랜드는 그 팬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기 얼굴을 찾아갔습니다.


이 원점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질문과 연결됩니다. '공동 창조'는 연출될 수 있는가? 많은 브랜드가 팬덤 시대를 말하며 참여형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하지만 블로그 댓글에서부터 팬과 함께 성장의 리듬을 공유해 본 경험이 없는 브랜드가, 파사드를 6개월간 고객에게 내어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마뗑킴이 이 결정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공동 창조가 전략이기 이전에 이 브랜드의 출생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마뗑킴이 11년 동안 해온 것


파사드 프로젝트의 진짜 뿌리를 보려면, 시간을 11년 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마뗑킴의 공동 창조는 2026년의 캠페인이 아니라, 2015년 베를린의 블로그 한 페이지에서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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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고 신고 드는 것"이 곧 제품이 된 구조 (2015~2017)


창업자가 한 인터뷰에서 들려준 시작 풍경은 이렇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취미 삼아 개인적인 취향을 공유한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꽤 유명해졌다. 내가 입고, 신고, 드는 아이템들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 한 문장 안에 마뗑킴의 비즈니스 모델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의 작동 방식은 '기획 → 생산 → 마케팅 → 판매'입니다. 마뗑킴은 처음부터 거꾸로 작동했습니다. '내가 보여줌 → 팬이 묻고 원함 → 그것을 동대문에서 사입해 응답함.' 즉 제품 기획의 출발점이 디자이너의 책상이 아니라, 팬의 DM과 댓글이었습니다. 첫 단계의 '한 명의 고객'이 사실상 첫 상품기획자(MD)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 구조는 오늘 마뗑킴이 진행하는 '팬 투표 티셔츠'의 원형입니다. 팬이 디자인을 선택하는 2026년의 모델은 새로 발명된 것이 아니라, 11년 전 블로그 댓글창에서 '이 신발 어디 거예요?'라는 질문에 답하던 그 메커니즘이 시스템화된 것입니다.


시그니처 부츠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


2017년, 창업자는 우연히 신발 제작에 매료되어 첼시 부츠를 직접 기획했습니다. 이후 양가죽 스판 부츠는 1,500족씩 팔리는 시그니처 히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가격입니다. 이 부츠는 가격을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직접 인터뷰에서 밝힌 이유는 단순합니다.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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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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