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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 시대, 소셜미디어 채널의 전략적 활용

조회수 경쟁에서 벗어나, 신뢰 자산을 쌓는 채널별 운영 전략

by 박찬우
빼빼로 이벤트에 당첨됐으니 경품을 받아 가세요!
48b1e3a4-81c4-4d18-b195-ad00b0a43380.jpg 출처 : 빼빼로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2025년 6월, 롯데웰푸드의 대표 브랜드 '빼빼로'를 사칭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등장했습니다. 이 가짜 계정은 불특정 다수에게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니 경품을 받아가라"는 내용의 DM을 보내고, 프로필 링크 클릭을 유도했습니다.


고객은 브랜드가 소셜미디어 이벤트를 자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당첨 메시지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이처럼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악용하여 개인정보를 빼가려는 사례가 등장한 것입니다. 신뢰의 접점이어야 할 브랜드의 소셜미디어 계정조차 이제 가짜가 등장한 현실입니다.


현재 많은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탈진실 시대의 거센 파도를 견뎌낼 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일방적인 홍보성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유행하는 챌린지에만 무조건적으로 참여하는 데 그치고 있지요.


많은 브랜드가 여전히 소셜미디어를 “노출 극대화 채널”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에 맞춰 자극적인 훅, 과장된 표현,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밈과 숏폼 포맷에 집중하지만, 가짜뉴스와 탈진실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검증·맥락·책임”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위기 상황이 오면 채널은 커뮤니케이션 자산이 아니라, 루머와 오해가 증폭되는 증폭기로 작동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아직도 소셜 미디어를 '통제된 정보 전달 채널'이나 '일회성 마케팅 도구'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와 탈진실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오직 '진정성 있는 메시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은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행동으로 증명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신념이 여론을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브랜드의 소셜미디어 운영은 더 이상 단순한 마케팅 채널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증명서이자, 위기의 발화점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탈진실 시대의 소셜미디어 채널별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조회수형 운영”에서 “신뢰형 운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탈진실 시대, 현 브랜드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의 취약점


빼빼로 사칭 사건이 보여주듯, 브랜드의 소셜미디어 채널은 이제 단순한 마케팅 도구를 넘어 신뢰의 최전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많은 브랜드의 소셜미디어 운영은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전통적인 광고, 홍보 중심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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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일방향적 소통으로 인한 신뢰 구축 실패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데 집중합니다. 댓글에는 답하지 않고, 고객의 질문은 무시한 채 예쁘게 가공된 이미지와 홍보 메시지만 쏟아냅니다. 이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 홍보'로 비춰지며, 탈진실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쌍방향 신뢰 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브랜드를 옹호해 줄 팬덤이나 지지자가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알고리즘에 종속된 운영으로 진정성을 상실했습니다. 조회수와 인게이지먼트에 집착하며 트렌드를 좇는 데 급급한 나머지, 브랜드 고유의 가치나 철학은 희석되고 있습니다. 유행하는 밈을 따라 하고, 바이럴 챌린지에 무분별하게 참여하지만, 정작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믿고 어떤 가치를 지키는가"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꾸며진 이미지로만 다가가려는 시도는, 탈진실 시대에 고객들이 가장 경계하는 '가짜 같은 진실'로 받아들여집니다.


셋째, 위기 대응 시스템의 부재가 심각한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나 루머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브랜드는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대응하지 못합니다. 법무팀 검토를 핑계로 시간을 끌거나, 위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방관합니다. 뒤늦게 나온 형식적인 사과문은 오히려 "감추려 했다"는 의심만 키웁니다. 탈진실 환경에서 침묵과 지연은 곧 '인정'으로 해석됩니다. 소셜미디어의 증폭 구조는 루머를 순식간에 '사실'로 만들어버립니다.


넷째, 플랫폼 특성을 무시한 기계적 운영이 문제입니다. 원소스 멀티유즈,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모든 채널에 동일한 콘텐츠를 복사해서 붙여 넣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각 플랫폼의 문화와 사용자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X에서는 신속한 팩트체크와 대화가 필요한데 예쁜 이미지만 올리고, 유튜브에서는 깊이 있는 스토리가 필요한데 15초 광고만 반복합니다. 이런 '맥락 없는 메시지'는 각 플랫폼에서 신뢰를 쌓을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다섯째, 커뮤니티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며, 때로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계정은 있지만 브랜드 커뮤니티는 없는 상태입니다. 가짜뉴스와 루머에 맞서 브랜드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광고비가 아니라 진성 브랜드의 팬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 '가장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취약점은 서로 맞물려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일방향 소통은 진정성 의심을 낳고, 진정성 부재는 위기 시 신뢰 자본의 고갈로 이어지며, 플랫폼 특성 무시는 효과적인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커뮤니티 부재는 브랜드를 고립시킵니다. 결국 브랜드는 가짜뉴스와 탈진실 시대에 가장 취약한 상태로 노출되며, 한 번의 위기가 브랜드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탈진실 시대를 위한 채널별 운영 전략


그렇다면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하고, 탈진실 환경에서 브랜드가 신뢰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브랜드의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각 소셜미디어 채널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채널별로 차별화된 역할을 부여하는 데 있습니다. 조회수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각 플랫폼이 "팩트·맥락·신뢰"를 쌓아가는 전략적 거점이 되도록 재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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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블로그: "팩트·맥락·정책"의 아카이브로 재설계하기


가짜뉴스와 탈진실 시대에 브랜드 블로그는 단순한 검색엔진최적화(SEO) 채널이 아니라, "팩트·맥락·정책을 축적하는 공식 아카이브"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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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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