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팬덤은 소위 빠돌이, 빠순이로 비하되기 일쑤였고,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이라며 평가 절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망해가는 영화를 다시 살려냈고, 한류 연예인을 전 세계에 알렸으며, 케이팝K-pop을 세계화한 일등공신입니다. 방탄소년단이 3일간 연 공연의 경제효과가 1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이제 팬덤은 영화, 연예, 음악 부문을 넘어 그들이 지지하는 가치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범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여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회정치 분야까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자로 인정받 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리뷰가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합니 다. 인플루언서나 셀럽, 파워블로거,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광고 아닌 프롤로그 광고’ 리뷰는 효과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누가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요?
기업이나 브랜드는 자신만의 팬덤을 갖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졌습니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지하는 ‘브랜드 팬덤’이 브랜딩 성공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으니까요. 팬덤의 강력한 영향력과 지지를 얻기만 한다면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사실 기업들은 모르지 않았습니다. 팬덤을 얻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죠. 충성 고객, 열성 고객 등의 이름으로 팬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고객과 친밀해지려고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재밌는 영상과 사진은 고객에게 먹히질 않았고, 심지어 기업이 만든 소셜 콘텐츠는 대중에게 외면받았습니다. 왜 기업은 고객들과 그토록 원하는 친구가 될 수 없었을까요?
첫째, 기업은 팬덤이 팬에 의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본연의 제품과 서비스에만 집중한 탓입니다. 물론 제품과 서비스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 차이는 거의 없으며,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다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둘째, 브랜드 팬덤은 큰 기업만 만들 수 있다고 오해했습니다. 작은 브랜드를 지지하는 고객은 없을 거라는 편견과 작은 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일이니 시작도 하지 말자는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브랜드의 팬은 쉽게 말해 브랜드의 친구입니다. 누구나 친구를 가질 수 있듯이 작은 기업, 심지어 개인도 팬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대부분의 기업이 팬덤을 구축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이 시대의 팬덤은 팬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형성되는데, 기업들은 팬이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1980년대 팬덤에 생각이 머물러 있습 니다. 이렇게 시대착오적이다 보니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을 개설해 팬들과 소통하면 곧 팬덤이 형성될 거라 기대하는 것이죠. 기업들이 고객 서포터즈를 운영할 때 1, 2기를 배출하는 데 그치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도 비슷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팬덤을 구축할 때 팬을 모집하는 것에서 시작해 6개월이 지나면 그들을 졸업시키고 다음 기수를 모집해 또 일정 기간 활동하게 합니다. 브랜드에 애정이 생긴 팬들이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눈싸움하는데 눈덩이를 만들지 않고 공중에 흩뿌린 것과 같습니다. 단기적이고 매우 작은 결과만 낳을 뿐이죠. 초국적, 초문화, 초거대 팬덤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팬덤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지지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만들어집니다.
기업들의 실수와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디지털 군중의 팬덤을 벤치마킹하여 기업이나 브랜드가 팬덤을 만들 수 있도록 ‘스노우볼 팬더밍 서클 Snowball Fandoming Circle’ 모델로 정리했습니다. 스노우볼 팬더밍 서클을 통해 팬덤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팬더밍에 집중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지자들을 만들 수 있는 저변을 다지고, 지지자들을 발굴해 연결하고 팬으로 육성하는 활동을 거치며, 그에 합당한 등급과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의 설계를 5가지 단계로 구성했습니다.
예전에 브랜드 팬덤을 이야기하면 할리데이비슨의 고객이 기업 로고를 문신한 사례가 꼭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 처럼 대단한 슈퍼 팬덤을 단번에 얻기란 어려워졌으니까요. 대신 사람 들의 노트북 커버에 여러분의 브랜드 로고가 붙어 있다면 어떨까요? 개인화된 광고판이나 마찬가지인 노트북 커버에는 노트북 사용자가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의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에서부터 슈프림, 나이키, 파타고니아, 하이네켄 등 기업의 브랜드 스티커도 붙어 있습니다. ‘스노우볼 팬더밍 서클 Snowball Fandoming Circle’ 모델은 당신의 브랜드 스티커를 제작하는 쉬운 일부터 안내합니다. 기업이나 브랜드와 지지자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 ‘고객과 함께’ 다름을 만들어나가는 첫걸음을 알려줍니다. 소셜미디어 인프라를 활용해 브랜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기억하세요. 브랜드 팬덤은 여러분의 기업이나 브랜드 팬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팬덤이 기업이나 브랜드를 지지하는 활동이 대중에게 선 망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스노우볼 팬더밍 서클에 올라타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 글은 제 신간 '스노우볼 팬더밍'의 프롤로그를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