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오, 나의 레알 마드리드!(1)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는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근무하고 있다. 스페인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스페인에서 근무를 하는 것은 정말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시장규모가 작은 스페인보다 인구, 잠재력, 경제규모가 더 큰 중남미 대륙을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스페인어 전공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남미 국가에서 근무할 기회가 훨씬 많다. 한때 남미 대륙 콜롬비아에서 근무해 본 사람으로서, 중남미도 물론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생활 여건, 치안, 삶의 질 부분에선 스페인보다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해외 근무가 숙명인 내 입장에서 가족에게 좋은 삶의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커리어적으로 스페인에서 근무하면서 EU로 똘똘 뭉친 유럽 비즈니스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때마침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기회를 주어 현재 나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다.

마드리드로 발령받았을 당시, 수많은 직장동료가 축하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들이 각자의 스페인 여행기였다. 어떤 팀장님은 스페인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고, 옆팀 과장님은 바르셀로나가 인생 여행지였다고, 다른 동기는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이 그렇게 멋있었다는 얘기 등등. 그들에게 있어 스페인은 '인생 여행지'였다. 그러나 해외 발령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내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Real Madrid(레알 마드리드)'였다.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최고의 인물이자, 축구장 이름으로도 알려진 선수, Santiago Bernabéu의 명언

요즘이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고, 해외 스포츠 중계 인프라도 잘 갖추어져 있지만 내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해외축구를 보는 것이 어려웠다. 당시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라 주요 플랫폼에서 영국리그(EPL)를 앞다투어 중계해주었다. 그러나 스페인 리그인 라리가(La Liga)는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FC 바르셀로나)와 같은 경기가 아니면 거의 보기가 어려웠다.

내가 처음 레알 마드리드를 접하게 된 것은 바로 대표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이었다. 보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외에 어느 팀에 어느 선수가 있는지를 거의 몰랐을 시절, 월드컵으로 이미 명성을 날렸던 호나우두, 지단, 피구, 베컴,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레전드 선수들이 모두 있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 언더독보다는 당연히 쎈놈이 좋았기 때문에 자주 이 팀을 골라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곤 했다.

나의 20대였던 위닝일레븐...

2000년 초 당시 레알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은하계를 뜻하는 '갈락티코(el galáctico)' 정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를 사서 최고의 팀을 만든다고 선언했고, 이를 실제로 실천하였다. "가장 비싼 선수가 실제로는 가장 싼 선수다"라는 말을 남긴 페레스 회장(지금까지도 회장을 하고 있다.)은 당대 슈퍼스타들을 모아 최고의 팀과 더불어 각종 마케팅, 유니폼 판매, 해외 경기 등을 통해 실제로 많은 수익을 창출해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클럽의 역사를 인터넷으로 배우면서 단순히 쎈놈들만 모인 것이 아닌,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04/05 시즌 레알마드리드 라인업. 지금 봐도 화려하다.

위닝일레븐과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나의 사랑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마침 전공도 스페인어였기 때문에, 스페인 대표 신문사 El País에서 레알 마드리드 기사를 읽으면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였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바로 플스방에 가서 레알 마드리드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팬심이 차곡차곡 쌓일 때쯤에 군대를 가게 되었고, 군 생활 중에 나를 레알 마드리드 찐팬으로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