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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llax Feb 29. 2020

흑백사진노트 17

어떤 날에 풍경사진 만드는 걸 좋아하시나요? 맑은 날에는 밝고 어두운 명암대비가 높아 원경을 멋지게 담아냅니다. 흐린 날에는 명암대비가 낮아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좋다는 것도 많이 아실 겁니다. 그래서 맑은 날과 흐린 날은 각각의 특성이 있어 구별하여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 흑백 필름을 사용할 때에는 맑은 날이 무조건 좋을 거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날씨가 좋을라치면 언제나 카메라를 품고 돌아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상된 필름을 보면 명암대비가 너무 높아 어떤 경우엔 어두운 부분은 까맣게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흑백사진은 흐린 날 촬영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어~'라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한 번 따라 해 보고 판단하자 싶어 이젠 반대로 날씨가 흐리면 카메라를 쥐고 나서봤습니다.


1.3 크롭 카메라, 35mm, F11, 1/500s, ISO 160


그의 말이 맞았습니다. 현상 후 필름을 보니 어두운 곳의 표현이 좀 더 나아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 후로 흑백사진을 위해서는 흐린 날을 골라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한참 후 디지털카메라를 쓰면서는 필름보다 명암대비가 좀 더 높아 컬러사진에서도 흐린 날에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해상도도 높지만 명암대비까지도 높아 어떤 때엔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날씨 변화가 하루에도 수차례 바뀌는 경험을 합니다. 특히 맑다가도 갑자기 비구름이 나타나는 경우 맑은 하늘과 먹구름이 함께 있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강한 바람까지 불면 곳곳이 영화 세트장 마냥 그저 멋지게 보입니다. 이 날이 그랬습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바람과 먹구름, 파란 하늘과 햇볕이 다 함께 나타나니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 어떤 건축물보다 자연의 현상이 멋진 순간이었죠. 마침 카메라를 쥐고 있어 행운이다 싶은 때였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바깥출입을 못하니 오늘따라 이런 경관이 더 생각나는군요. 어서 세상이 다시 건강해져 마음껏 나다닐 수 있길 기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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