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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Nov 09. 2022

故 김현식

나이가 참 안타깝네...

 지난 일요일, 보통의 일요일과는 다르게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집안 시제에 참석하기 위해 운전 중이었고, 주말 아침 시간인 그때 라디오가 꽤 낯설었다.


 출근할 때 대중교통과 자차 출근을 반반씩 한다. 보통 약속이 있거나 금요일은 대중교통, 일찍 출근해야 하거나 늦게 퇴근해야 하는 경우는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마침 일요일 시간도 출근 시간대와 같아 늘 듣던 라디오 주파수의 DJ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들어서인지 게스트며 코너가 다 익숙한데, 그날은 DJ를 제외하곤 다른 모든 것이 달랐다. 일요일 아침은 [뮤직 업로드]라는 이름으로 과거 뮤지션 노래를 소개하는 코너라는데,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그 시간에 라디오를 들은 적이 없었으니 뭐 당연하지만.


 어쨌든, 그날의 뮤지선은 해는 달라도 같은 날짜(11월 1일)에 세상을 떠난 故 유재하와 故 김현식이라는 두 사람의 삶과 가수로 활동했던 그때, 그리고 노래가 주제였다. 아마도 나와 같은 중년 혹은 그 이상의 연배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회상케 하는 노래의 주인공이리라.


故 김현식 앨범


 유재하가 젊은 시절, 그러니까 20대 후반쯤 교통사고로 요절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김현식이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이를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 무척 놀랬다. 아니, 사실 꽤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90년 11월 1일에 세상을 등졌는데 그때 김현식의 나이가 만으로 겨우 32이었단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그래서일까? 그때 방송에서 봐왔던 그의 모습은 내가 느끼기에는 나이가 적지 않게 느껴졌다. 아마도 40대 초반 정도 즈음. 적어도 중년의 나이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내 방이 딱히 없을 시절, 누나 방에 있던 보급형 오디오세트로 대중가요를 많이 접했던 터였다. 양 옆으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스피커가 있고, 가운데는 더블데크 그리고 그 위로는 턴테이블이 있었던 검정색 오디오세트였는데 침대에 걸터앉아 라디오, 테이프, LP 등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변진섭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는데 누나나 형이 사 모은 LP 중에는 두 사람과 변진섭은 물론이고, 김민우, 동물원, 이승철, 신촌블루스, 오석준, 고은희&이정란 등등 여러 가수의 앨범이 꽤 많았다. 그들의 노래는 까까머리 중학생에게는 남다른 감수성을 느끼게해주었던 것 같다.


 어쨌든, LP판에 장식하는 가수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어린 내게는 모두가 이미 나이가 많고 자유를 가진 어른들이었다. 특히, 가수 김현식의 이미지는 허스키한 보이스까지 겹쳐져 왠지 더 나이가 많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 나이로 보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할 정도인데. 라디오에서 그의 나이를 듣고 괜스레 미안하기까지 했다.




 요즘 내 나이를 생각지 않고 다른 사람의 나이를 가늠했다가 내심 놀랄 때가 많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얼마 전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주인을 처음 마주쳤을 때도 첫인상은 나이가 좀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옆모습을 다시 보니 내 또래보다는 어릴 것 같았다.


 또, 병원에서 우연찮게 귀동냥해 들은 중년 남자 환자의 생년월일이 나보다 5살이나 어리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내 나이는 생각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내 또래라면 나이가 많다로 생각하는 꼴이랄까? 훗!


 요즘이야 자기 관리도 하고 예전과 달라 젊어 보이는 게 보통이긴 한데, 나의 뇌는 눈치 없이 내 나이만 줄여서 인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고, 한 살을 더 먹는 것은 매해 익숙한 것 같지만 사실. 매번 새롭고 낯설다.




P.S. 김현식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인 '한 여름밤의 꿈'을 오래간만에 찾아들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mxDCgLLZx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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