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
요 며칠, 월드컵 야식으로 치킨이 인기라는 기사를 봤다. 높아진 물가와 배달료, 그리고 월드컵 특수로 안 그래도 비싸네 싸네 말이 많은 배달료가 8,000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치킨 반마리 가격. 수요 공급의 원리가 작동하는 게 시장 원리니 너무나 당연한 일인 걸까?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은 원래 많았고, 더불어 월드컵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벤트를 즐기는데 먹거리고 치킨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일지니, 비싼 게 당연지사. 치킨이야 뭐 만인이 좋아하는 음식 아니던가? 치킨 또는 치맥의 위대함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끝이 없으리라.
심지어, ‘대한민국 치킨展(전)’이름의 책이 출간된 적이 있었는데, 닭과 치킨의 역사를 비롯하여 치킨과 연관된 다양한 주제로 거뜬히 책 한 권을 써내는 그런 민족인 것이다. 그것뿐인가? 어느 유명 배달앱에서는 치믈리에를 뽑는 필기, 실기 시험을 치러 일정 점수를 통과한 사람들을 치믈리에로 배출하기도 했다. 실로 치킨의 민족이다. 나 또한 그 민족의 일원이라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몇 해 전에 일이다. 집 주변의 치킨 집을 섭렵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고, 새롭게 생긴 주변 브랜드 치킨집의 크리스피 치킨은 꼭 한 번은 먹어야 직성이 풀렸던 그때. 시장 초입에 치킨집이 하나 생겼었다. 크리스피 스타일은 아니고 옛날 통닭 스타일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길을 지나다 보면 포장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 번 가야겠다 생각하던 터.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그 가게를 추천하는 글을 발견했다. '저희 아파트 주변에 어디 치킨이 제일 괜찮은가요?'의 제목이었다. 치킨 마니아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답변으로 달려진 댓글들을 보니 OO 브랜드, AA 브랜드 등 2~3개의 브랜드를 호평하는 댓글들이 가장 많았다. 물론 다 먹어봤던 곳이다. 그런 댓글들 사이에서 그 재래시장 초입에 있는 시장 통닭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이곳저곳에 포진해 있던 것이었다.
'싼 데다가 옛날 통닭 스타일인데 아주 바삭바삭하니 맛나요.'
'그곳 자주 이용하는데 가성비 좋아요.'
'OO시장 초입에 있는 통닭집 애용하는 곳인데... 추천해요!'
며칠 후, 매번 그렇지만 치킨이 먹고 싶을 날. 포장을 위해 시장 초입에 있는 그 가게에 들렀다. 현찰 계산을 하고 기름에 튀겨지는 맛있고 아름다운 소리를 감상하고 있을 찰나.
축구 보시면서 드 시게요?
사장님이 물었다.
축구요? 오늘 축구해요?
내가 물었다. 그때가 마침 아시안컵이 하던 시기였다. 뉴스야 매일 같이 보다 보니 아시안 컵이 하는 것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그날 어떤 경기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었다.
'아 오늘 일본하고 베트남 하고 하잖아요. 한일전... '
아저씨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 그래요?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해서요.'
당시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은 박항서 감독이었다. 아마도 그를 두고 한일전이라고 사장님이 표현한 것 같기는 한데, 축구에 관심 없는 나로서는 살짝 불편했지만, 그냥 가볍게 대꾸했던 터였다.
네?!!! 축구를 안 좋아하신다고요? 이렇게 중요한 게임을 안 보시다니?
아저씨가 이제는 더욱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며 말했다. 정말 물음표 하나에 느낌표 세 개 정도의 표정으로 말이다.
'사람마다 다른 거죠. 축구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아니까요.'
그냥 오늘 축구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까지만 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저 동조를 원하는 마음이었겠거니 하는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아저씨가 표정을 보고 눈치를 챘는지 과장된 표정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역시나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빛인 듯했다. 우리 둘은 튀김기 알람 시간이 빨리 줄어들길 바라며, 뚫어져라 빨간색 디지털 숫자만 주시하며 입을 열지는 않았다.
'삐리 삐리 삐리 삐리' 소리가 나고 닭을 커팅해서 줄 것인지 그냥 통째로 포장을 해줄 것인지 물었을 때만 말이 오갔다. 포장해 온 치킨은 옛날 통닭 스타일로 가격도 맛도 괜찮았다. 그리고 그 후로도 종종 갔었지만 이상하게 남자 사장님과 마주 친적은 한두 번 정도였고, 여자 사장님을 만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축구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다.
축구 경기가 있을 때, 으레 치킨집이 문전성시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게는 전혀 연관도 상관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축구를 싫어한다기보다는 달리 말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월드컵도 별 다른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정말 별다른 감정이 없다는 것인데, 솔직히 말해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같은 경우는 빨리 끝나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며, 심지어 한국이 빨리 떨어지길 원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하여 설명을 덧붙이면, 한국인으로 한국에 대한 자긍심은 누구 못지않다.
다만, 그저 월드컵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이유는 딱 하나다. 2002년에 비하면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지만 월드컵만 하면 온 나라가 이런 요란이 없다. 모든 관심이 한 곳으로 쏠리고, 축구에 관심이 없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 '왜?'라는 표정과 눈빛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을 보낸다. 몇 해 전, 사장님처럼 물음표 하나에 느낌표 서너 개쯤의 표정들.
모두가 다 그런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월드컵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그런 사람들을 꽤나 많이 마주치게 된다. 국가대항전이라는 측면에서 지는 것보다는 승리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TV와 매스텀에서 조차 분위기에 휩쓸려 집단화되고 다른 소수를 무시해 버리는 상황이 연속되어버리다 보니, 결국 월드컵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뿐이랄까?
난 치킨을 좋아한다. 그리고 축구를 싫어한다.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이다. 축구와 치킨이 꼭 하나로 연결될 필요가 없는 것처럼,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