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정원사인가요?
죽은 나무에서 싹을 틔워 열매를 맺게하던 할아버지의 요술 손.
시든 화분에서 꽃을 피우던 아빠의 신기한 손.
내가 직접 키우지 않아도 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꽃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갑작스레 결정하고 떠나온 그 도시의 아파트에서 였다.
어딜 봐도 회색뿐인 그곳에서 난 외롭고, 길을 잃었었다.
그래서 그날, 내 손으로 처음 화분을 몇 개 사들고 퇴근을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아, 내 장래 희망은 Green finger가 되었다.
서두르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잘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아마도 곧 헤어지게 될 것이라며 만남을 기억하고자 찍었던 사진이었으나,
이 작은 동거물들은 그 땅을 떠나는 날까지 내 기쁨이고 행복이 되었다.
이렇게.
그 곳을 떠나오던 날 다시 결심했다.
살아있는 것들은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함께하지 않기로.
시작했다면 죽을 때까지 함께해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