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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Oct 11. 2020

정원 노동자의 시간(3)

봄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한글날때문에 생긴 연휴이자 왠지 당분간 재택근무는 못할 듯하여 마음이 바빴어요.

단계조정 뉴스는 분명 1단계로 하향조정일 것이 분명하여 다음주쯤에는 전면 출근 공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데 일요일 저녁인데도 아직 소식이 없네요. 그래도 곧 출근하라고 하겠죠. (여튼)


금요일 오전부터 이모랑 경계가 애매했던 곳을 벽돌로 나누고, 남천을 옮기기로 했어요. 열심히 경계를 만들고 화단 중간 중간 통로도 만들고 흙도 뒤집어서 땅을 말랑말랑하게 해놓고 이모가 고생해서 캐둔 남천을 심어줬지요. 말은 간단한데 9시부터 4시쯤까지 쉼없이 계속된 일이었어요. (ㅎㅎ)

그리고는 엄마랑 이모랑 옆집 아줌마랑 모여 앉아서 불을 피우고, 군밤과 고구마를 구워먹면서 수다 타임을 한차례 갖고 일찍 자기로 합니다. 이제 저 꽃밭을 빽빽히 채워야하거든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청나게 바빴어요. 오늘은 남동생이 와서 큰 나무들을 왕창 옮겨심었지요. 그래서 3일의 연휴동안 남천, 분꽃나무, 수국, 붓꽃, 작약, 백합, 아이리스, 맥문동, 크리스마스 로즈, 클레마티스 일부, 박하와 애플민트가 다시 정원으로 돌아왔어요!


제일 앞엔 작약
민트
또 민트
아이리스와 크리스마스 로즈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클레마티스
여기부터 저기까지 모두 백합
수국
분꽃나무1
분꽃나무 2
다시 수국
그리고 3일간 고생한 장비들


깨끗히 씻어서 말리기!

3일간 고생한 결과는 내년 봄에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을 내내 겨울에 얼지 않도록 틈틈히 준비해놓고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나면 올해 애쓴 수고를 꽃과 바람에 불어오는 향기로 위로해줄 꺼라고 믿어요.





세상 둘도 없는 집순이에게 곧 집밖으로 나오라는 공지 메일이 올 듯하여 마음이 참 심란합니다만, 또 어찌어찌 버티다보면 주말도 오고 봄도 올테니 잘 견뎌보려고요! 근데 왜이렇게 슬플까요. (ㅠㅠ)


이 마음이 지난 연휴 전부터 북적이던 집이 갑자기 조용해져서인지, 큰 일을 끝내고난 허전함때문인지, 우리집 정원에 찾아와서 자기집 삼고 싶어하는 꼬리잘린 가여운 고양이에게 거실 한 켠 내어줄 수 없는 마음 때문인지, 내일부터 당장 출근을 해야하는 사정때문인지 참 알 수가 없어요. 오랜만에 홀로 술 한 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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