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은 사람
나는 지금
밥은 먹은 지 이틀 됐고
온몸이 아플 정도로 춥고
머리가 시시때때로 아프고
잠은 하루 두 시간도 못 잔다.
잠은 못 잘 수도 있고
밥은 못 먹을 수도 있고
신경이 곤두서서 온 몸이 아플 수도 있다고
그저 말없이 등이나 쓸어주면 좋겠지만
누구도 그래 줄 사람은 없으니
그냥 다 괜찮다고 해버린다.
그래서 나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지내는
다 괜찮은 사람이다.
그럴 사람도 그럴 일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주 가끔 날 좀 여기서 구해달라고 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도 했으나, 타인에게 나의 지옥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기대고 싶은 마음, 살려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깊이 묻어두고, 안될 것에 미련을 가지면 그나마 버틸 힘도 사라질 것 같아 손과 마음에 힘을 빼버린다.
생존 수영하는 사람처럼.
애초에 원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없었던 사람처럼 둥둥 떠다니다 잠도 자고 밥도 먹기 시작하면 다시 괜찮은 사람의 가면을 주어 쓰면 된다. 부디 이번엔 더 두껍고 오래가는 가면이길.
그럼에도 아직은 살아내야 하니까.
조금만 더 버티면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봄이 올 테니.
지금 혼자 있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