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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형일 Aug 21. 2023

엉망인 세상에서 순정복서의 외침

"그냥 내가 책임진다구요!"

<순정복서>는 사라진 천재복서 이권숙과 개새끼 에이전트 김태영의 인생을 건 승부조작 탈출기다. 승부조작 탈출기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남주 김태영은 이상엽 배우가 그려낸다. 조작이든 로맨스든 무언 갈 도모하는 순간 드러나는 이상엽 배우의 표정을 좋아한다. 순정복서를 알리겠다면서 이번주 내내 김소혜 배우, 김진우 배우 등과 함께 <옥탑방>, <홍김동전>, <전참시> 등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좋았어!”를 외치고 다녔다는데, 정말 어떤 순간에 이상엽 배우의 연기를 보다보면 “좋았어!”를 외치게 되는 거다. 


<순정복서>의 남주 김태영은 “피도 눈물도 없는 개새끼 에이전트”라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상엽 배우가 그려내는 ‘피도 눈물도 없는’은 꽤 독특하다. 재능 있는 선수를 끌어들인 뒤 골수까지 빼먹고 은퇴시키고, 자기 선수의 영달과 돈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라는데, 이 친구를 마냥 미워할 수 없다. 내 선수를 위해서라면 무대포로 달려드는 애정이 때론 안쓰럽기도 하고, 뭐 저렇게까지 고군분투하고 애쓰나, 이해가 안 되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거다. 난 이게 김태영의 특징이면서 동시에 상엽 배우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저런 친구가 어딨어? 좀 멋있다고 할까? 


이상엽 배우가 창조해낸 드라마 속 개새끼 에이전트 김태영과 이 세상을 진짜 엉망으로 만드는 개새끼들의 차이점을 딱 한 단어로 말한다면 책임감인 것 같다. 세상이 꼬이고, 복잡해지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건 내 책임이오!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점점 더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이번 정권은 전 정권에게, 야당은 여당에게, 리더는 실무자에게, 교장은 교사에게, 학부모는 학교에게, 엄마는 아빠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모두가 모두에게 “니 탓이오!”라고 꽥꽥 소리치는 시대에, “그건 내 책임일세!”라고 말하며 문제의 중심에 뛰어들어 개고생하는 태영의 액션은 신선하다. 신선하다 못해 어떨 때는 “그만해! 그만해! 뭐 그것까지 니 책임이라구 그래!” 멱살잡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오죽했으면 극중 빌런인 승부조작 총책 박지환 배우(김오복 역)도 “아니 니가 왜 책임지냐구?”라며 혀를 내두를까? 


태영(주인공)      이번 일은 내가 책임져요. .. 그 돈도 전부 제가 갚겠습니다. 형은 그냥 놔둬요.  

오복(빌런)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왜요? ..왜 하지도 않은 일을 책임지려고 하세요?

태영                  그건...... 내가 형 에이전트니까. 

오복                  재밌는 분이네요. 

태영                  그냥 내가 책임진다고요. 꼭 이유가 있어야 됩니까??


그러니깐.. <순정복서>는 모두가 모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책임회피의 시대에 개새끼 에이전트 태영이 “그냥 내가 책임진다고요!” 외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버라이어티한 승부조작 탈출기다. 난 이런 태영이 멋진 것 같고, 지금의 ‘어른 김태영’을 탄생시킨 이상엽 배우가 잘 늙어 “어른 김장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응원도 하게된다. 

이상엽 배우가 그려내는 개새끼 에이전트 김태영의 풀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오늘(8월 21일) 밤 9시 45분 <순정복서>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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