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마음
어릴 적엔 글쓰기를 지금처럼 어려워하지 않았고 특히 편지를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는 이사를 가서 헤어지게 된 친구와 몇 년간 펜팔을 했었다. 어쩌면 지금 글을 쓰고 싶은 이유도 편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 다른 이의 책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즐겨 읽는 습관도 이런 이유에서인가 보다.
읽다보면 나까지 글을 쓰게 만들고 싶어하는 작품과 작가의 계보가 만들어진다. 어릴 적 탐독했던 <빨간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과 작가로 시작한 그 목록은 점점 길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영화 <유브갓메일>의 노라 에프런 감독,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이도우 작가, 드라마 <황제의 딸>의 경요 작가,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 원작 소설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 <빛의 과거>의 은희경 작가…
그들이 보낸 이야기를 받았으니, 답장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여행기, 감상문, 일상의 생각들이 파편처럼 널려있는 메모장을 정리해보고 있다. 내가 애정하는 작가들의 시간과 공간을 넘은 글을 받았듯, 나도 유리병에 띄운 편지로 친구를 찾아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