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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이 Aug 17. 2016

해외에서 살기

해외생활 1년 즈음에서 뒤돌아 보는 나의 이야기

한 번의 서울구경이 나비효과가 된 걸까?


작은 소도시의 삶이 전부였던 시절

경남 어느 소도시 출신인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내가 해외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만약 내게 그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외국어나 세계사 공부에 좀 더 투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해외는 책 속의 세상이었고, 외국어는 도무지 왜 공부해야 되는지 모르겠는 외계어일 뿐이었다. 시험을 위해서 공부해야만 했기에 항상 나는 적당히 점수받을 정도로만 했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세상 사는 거 너무 어렵게 살고 싶지도 않았고, 마음 편히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은 내가 아니었을까...


중학생 때 친하게 지냈던 반장 친구는 방학 때마다 미국 등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와서는, 외국인들이 자신을 신비로운 동양인으로 대했고 그들과 만나서 즐거웠다는 등 여러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가 1995년쯤이었고 우리가 살던 지역이 서울이 아닌 지방이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그 친구는 요즘 말로 금수저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 나는 그 친구가 부럽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삶을 살고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큰 도시에 오게 되다니!

나는 응답하라 1997세대로, 고등학교 1학년 때 HOT 콘서트를 보겠다며 난생처음으로 홀로 상경했다. 그때 당시 기억을 되짚어보면, 콘서트에 대한 기억도 강렬했지만 그보다는 한강을 가로지를 때 지하철 창 너머로 보이던 어마어마하게 큰 도시의 풍경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동네에서는 짜장면을 시킬 때 'xx네 집으로 배달해주세요',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도 'xx 이름으로 달아주세요' 하면 내가 어느 집에 몇째인지 다 알았고, 시내에 쇼핑하러 나가면 꼭 같은 반 친구 한두 명은 마주치곤 하는데 이건 그런 스케일이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큰 도시가 있고 내가 그런 곳에 다녀왔구나! 이건 정말이지, 시골쥐가 서울에 왔을 때 느낄만한 것들을 내가 경험하고 온 것이다. 하지만 고향으로 되돌아와서도 내가 설마 서울 땅에서 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꿈도 소박, 생각하는 것도 소박했던 고등학생이었다.


그랬던 내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해외에서 살고 있으니 정말 앞일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서울 여행을 하고나서부터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과 경험에 대한 욕구가 시작된 것 같다. 아님, 어쩌면 태어날 적부터 내 안의 역마살이 있었나?


센트럴 프라자 스카이 로비, 46층 무료전망대에서 본 홍콩



해외에 살면 정말 행복할까?


뭣이 중헌디?

해외에 살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삶에서 무엇이 중한지를 알게 되어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남편은 건축설계 디자이너, 나는 UI 디자이너, 우리 둘 다 디자이너이다. 처음부터 홍콩에 살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고 원래 싱가포르를 염두에 두었으나 어쩌다 보니 홍콩으로 오게 되었다. 앞으로 계속 홍콩에서 살게 될지 혹은 다른 나라로 또 이주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우리의 계획은 뭔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살고 싶은 나라에 머물게 된다면 그곳에서 최대한 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잠정적인 계획이다.


해외에서 살려면 많은 용기와 준비, 희생, 비용 등 여러 가지를 감수해야 한다는 말에 200% 공감한다. 특히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수가 너무 많다. 고용계약부터가 불안정하다.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흔치 않고 1년 단위의 계약직이 대다수인 데다가 요즘은 전 세계가 경제 불황이기 때문에 정리해고 1순위가 외노자이다. 또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몰라서 손해 보는 일들도 부지기수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더 부지런하게 자신의 커리어와 네트워크를 관리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더 나은 대우를 받으려면 그만큼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우리는 돈보다는 가족, 그리고 경험과 배움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한 가지라도 더 배웠다고 하면 잘했다 칭찬해주고, 서로를 격려해주고,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서로를 보듬어주고 있다.


우리가 한국에서 계속 직장생활을 유지했다면 더 많은 돈을 모았을 테고 집을 샀을 수도 있을지언정, 이 값진 경험들은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기회비용으로 계산해보면 정말 큰 금액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우리의 능력과 열정과 미래를 밝게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믿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현재 베프!

한국의 생활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리 둘이 오롯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해외생활을 하는 많은 분들이 꼽는 좋은 점 중의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회식과 벙개모임이 자주 있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그만큼 적은데, 해외는 그렇지 않다. 약속은 최소 2주 전에 잡고, 술보다는 친목을 위한 자리를 즐기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다들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이점은 정말 최고.


하지만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되는 게 없다.

이때 감사한 건 타국에서도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고, 계속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행동이 우리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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