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외계인 말안들인의 안정기 도래

흉터로 얼룩진 우리 집 ADHD 외계인의 지구 적응기

by 공주맨

대망의 안정기 도래! (드디어!)


말안들인이 약을 바꾸고 꽤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전 약을 먹고 조증이 왔을 때의 전설급 레전드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갑작스런 탈출과 은신 (닌자급 은신술 보유)

화산 폭발급 분노 폭발 (베수비우스 화산 저리 가라)

창의적 욕설 개발 (국립국어원도 모르는 신조어 창조자)


약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뇌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역시 외계인의 뇌는 신비롭다.


물론 완전한 지구인이 된 건 아니다. 여전히 일반 아이들보다는 충동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이다. 하지만 예전의 핵폭탄급 폭발에서 폭죽 터지는 수준으로 다운그레이드됐달까?


적어도 이제는 "아, 저 아이 화났구나" 정도이지, "대피령 발령!" 수준은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흉터는 남아있다 (조증의 흑역사)


조증 시기의 흉터는 여전히 우리 삶 곳곳에 붙어있다. 마치 실수로 붙인 영구 스티커처럼 말이다.


슈퍼 말안들인의 전설적 퍼포먼스를 목격했던 선생님과 아이들은 아직도 그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말안들인이 다가가면 "말안들인이랑은 한 칸 떨어져 앉을래요! “ 하며 움찔하는 반응.




“학교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그때


그 무렵 학교를 그만둘까 가장 많이 생각했다. 말안들인의 행동은 분명 정신과적 질병 증상이었는데, 학교에서는 마치 공격적인 외계인 한 마리가 교실을 습격한 것처럼 대했다.


말안들인은 가르치고 교화할 대상이 아니라, 교권침해의 주범으로 신고해야 할 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FBI 수배령 붙은 것도 아닌데. 아이고, 이 서글픈 현실이여.


말안들인이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자폐 vs ADHD: 불공평한 게임의 법칙


자꾸 자폐 아이들과 비교하게 된다. 자폐는 일단 장애등록이 된다. 찾아보니 고지능 아이들도 장애등록을 한 경우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추가로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받으면 학교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보호받으며 수업받을 수 있다. 특수교실에서 특수교사와 맞춤수업도 가능하고.


그럼 우리 말안들인은? 혹시 제도적 혜택이 있나 열심히 찾아봤다.


결과: 현실은 시궁창



말안들인이 그린 우리가족


ADHD 지원의 판타지 vs 현실


ADHD 아동이 문제행동 반복할 때, 학교는 공식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인 IEP 대상자가 아니라면 '학교생활지원계획'이나 '간이 행동지도계획'으로 조치할 수 있다고 한다.


판타지: 멋진 학교생활 지원 계획서가 뚝딱 완성되어 말안들인은 지구인 천사로 변신!


현실: 대부분 교사들이 이런 계획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알아도 "현실 교실에서는 불가능"이라며 무한 연기 시전.




문제점 해부하기 (부검 수준으로 자세히)

문제 1: 교사님도 인간이다 (로봇이 아니라고!)


행동지도계획은 단순 문서작업이 아니다. 개별 관찰, 수시 피드백, 정기 회의... 하지만 교사 한 명이 20~30명 아이들 관리하면서 행정업무에 생활지도까지.


추가 개입 설계는 그냥 ‘무급 야근 계약서' 사인하는 것과 같다.



문제 2: 공식 vs 비공식의 극과 극 (천국과 지옥)


교육청은 특수교육 대상자에게만 자원을 쏟아붓는다. 공식 판정받은 학생은 치료지원, 조정수업, 전담교사까지 풀옵션 패키지인데, 판정 못 받은 ADHD 아동은 모든 게 교사의 ‘선의'에달려있다.


완전 황제와 평민 수준의 차이.


관리자들은 "행동지도 필요하면 해라" 하지만, 평가나 시스템은 전무. 오히려 특별한 개입 시도하는 교사가 '왜 이렇게 유난이야?' 하는 시선을 받는다.


선생님: “애 좀 도와주려고 하는데..."
주변: “왜 그렇게 오지랖이야?"


문제 3: 전문인력은 도시전설인가?

학교 내 전문인력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말안들인은 일주일에 두 시간 학교 상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마저도 전문적인 사회성치료라던가 행동치료는 아니다. 고로 ADHD 아동의 지속적 행동조정은 꿈도 못 꾼다.



거절당한 무료 헬프데스크

(공짜 싫어하는 사람들)

말안들인이 다니는 사회성치료 선생님이 담임선생님과 전화 상담해서 조언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무료로!


교감선생님의 반응: 단칼에 거절

"그런 교육은 치료센터에서나 가능하고, 많은 아이가 있는 학교에서는 불가능해요."


말안들인 전용 공략집을 공짜로 주겠다는데 거절당했다.


게임으로 치면 최고 랭커가 무료로 파티 맺고 캐리 해준다는 건데... 이보다 더 서러울 수가...



그렇다면 해외는?

핀란드의 신박한 3단계 시스템

(부러움 지수 200%)


ADHD 진단 여부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보편(1단계) , 강화(2단계) , 특수(3단계)로 유연하게 교육 조정을 지원한다.



핀란드 상황극:

만약 “감정조절이 어렵고 친구에게 큰 소리로 말하는 1학년 남학생" 이 있다면? (우리 말안들인과 똑같!)



핀란드 반응:

교사가 바로 징계? 노노! 특수교사와 협의해서 2단계 '강화 지원'

팀티칭으로 개별 행동지도 (어벤저스 어셈블!)

맞춤 그림 스케줄러와 감정 바퀴판 제공 (개인 맞춤 앱 같은 느낌)

교실 뒤편에 ‘감정 공간'설치 (힐링 존!)

움직일 수 있는 학습도구 허용 (탄력 쿠션, 흔들의자 등)



즉, 교사 혼자가 아닌 드림팀 체제. 전문 조정 인력 + 학부모 + 치료 전문가가 합체!




한국 반응 (예상):

"아니, 그런 걸 다 해줘야 해요? 다른 애들은 어쩌고요? 예산이 어디 있어요? 그냥 집에서 부모가 교육 잘 시키세요!"


법과 제도가 단순 선언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니... 부럽다, 정말.




그래도 우리는 운이 좋은 편

다른 말안들인 동족들보다는 다소 럭키한 케이스다. 학교 측 호의로 사회성센터 치료비 일부 지원받았고, 대안교실과 상담실에서 일주일에 몇 번 수업도 받는다.


하지만 이건 제도적 보장이 아니라서 언제든 "예산 부족"으로 지원이 사라질 수 있다.


마치 모래성 같은 불안정함이다. 파도 한 번 치면 와르르...


말안들인이 그린 애완물고기 베타


만약 ADHD가 '외계 바이러스'였다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차라리 ADHD가 어떤 외계 바이러스가 인간의 뇌를 감염시켜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충동적으로 변하고 화를 내는 병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상상 시나리오:

*긴급! CDC 발표: 알파 센타우리에서 온 신종 바이러스 'ADHD-2025' 확산 중. 감염된 아동은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 행동과 감정 폭발 증상을 보임. 현재 백신 개발 중..."*


아마 사람들 반응이 완전 달랐을 것 같다.



현재 ADHD에 대한 반응:

“부모가 교육을 제대로 안 시켰나 봐. “

“애가 성격이 나쁘네.”

“때리면 낫는다. “


만약 '외계 바이러스'였다면:

“어머, 그 아이 아프구나... 불쌍해"

“빨리 치료받아야겠어요"

“격리는 안 해도 되나요?" (이것도 문제지만...)


완전히 감염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 모드로 바뀌었을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음... 그게 뭔데?"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달까.


결국 스토리텔링의 힘인 건가? 같은 병이어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니.


아, 진짜 외계 바이러스였으면 좋겠다. 그럼 최소한 "이건 병이야, 아이 잘못이 아니야"라는 걸 모든 사람이 이해했을 텐데.




결론: 외계인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공주맨의 최종 소망: 낳은 외계인도 잘 키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말안들인이 "엄마, 오늘 학교에서 잘 지냈어. “라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선생님이 "이 아이 참 특별해요"라고 긍정적인 의미로 말하는 날이 오기를

ADHD가 성격 문제가 아니라 질병으로 제대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그때까지 공주맨은 지구에서 키우는 외계인 육아법을 연구하며 버텨보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ADHD 말안들인의 주4일제 학교생활 적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