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온 올해라고 최근 글에서 많이 적어냈는데, 캘린더를 보니까 너무 다른 10월을 보내고 있어서 놀랐다. 크게 멀리를 예측하기 보다는, 지금에 충실하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어서 작년 10월 1년 후의 지금은 정말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뭔가 크게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년과는 너무 다른 느낌(!)인 지금이라서 비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나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회고글을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 가볍게 비교를 해봐야겠다)
23년 10월의 나는 혼자 독립한 상태로 원격 근무를 하고 있었다. 훅 가을에 사람들 만남과 결혼식이 몰려서 정신 없는 와중이었고 이사 준비도 하면서, 잠시 홍콩 출장도 있었다. 꽤나 에너지 있고, 긍정적인 느낌으로 보냈던 것 같다. 일,연애에 대한 불안함은 계속 있었지만 약간 희망적이었던 것 같다.
24년 10월의 나는 주말 교육을 받고, 아침 크로스핏을 갔다가 출근 하는 평일 일상을 보내고 있다. 번아웃에서 소생하고 있는 드라이하고 무감각한 느낌이라고 머물고 있다. 일에 대한 불안함은 있지만, 작년보다는 액션을 취하고 있어서 되게 갑갑한 주말 일정을 보내지만 마음은 편한 느낌이다. 인연에 대한 조급함도 가라앉았다.
와우 23년이라고 쓰는데 너무 까마득한 느낌이다. 회사를 옮긴 것도 아니고, 일을 바꾼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주 옛 일 처럼 느끼지는 건지 모르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거주 환경의 변화 인 것 같다. 작년 10월에 나는 혼자 자취하고 있다가 10월 말에 본가로 이사 왔다. 왜냐면 11월 부터 판교 오피스 출근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서울 북쪽에 있다가 조금 더 아래에 있는 본가로 돌아왔다. 굉장히 원치 않았던 주5 오피스 풀출근의 시작으로 꽤나 적응하느랴 고생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매우 적응한 상태다. 역시 인간이란... 적응력이 중요하지 싶다. 1년 동안의 삶이 다르다고 느껴진 요소로 적응 여부를 떠나서 분명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에너지와 멘탈 상태인 것 같다. 작년 말에 이사, 출장, 마라톤이 잡혀 있었고 무엇 하나 원치 않았던 것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괴롭거나 힘든 것은 없었다. (물론 풀마라톤 이후로 인대를 다쳐서 고생했지만 몸이 아픈거지 정신적으로 멘탈이 다친 것은 없었다.) 다만 2월 가족 여행 전까지 남은 회사 일을 처리하는데 벅차다가 강렬하게 소진되었는데, 그 이후로 올해 상반기 남은 에너지를 끌어 모아 썼는데, 그 끝은 허무하게 끝나서 지금은 전사하고 소생중이다. 브런치 지난 글에서도 적었듯이, 확실히 몸이 힘든 것과 상관 없이 나는 멘탈이 더 삶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최근에 진하게 깨달았다. 나보다 나이가 있는 40대 시니어 분들은 나중에는 몸이 힘들면 만사가 다 싫고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요즘의 나는 멘탈이 더 취약한 요소일 수 있다고 느끼는 중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24년 10월의 나는 작년 내가 원했던 모습은 아니다. 원하는 끝을 보지 못했고, 이렇게 까지 소진되어서 지쳐서 드라이하게 시간을 보낼 줄 몰랐다.ㅎㅎ 결과 유무를 놓고 따지기 보다 지금 상태보다는 '조금' 더 내가 결과를 받아들이고, '조금' 더 교육이나 공부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보려는 과정을 시작한 것은 좋지만 또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크게 힘을 놓지 않는 것이 좋을테니까 말이다. (이게 제일 안되고 있는 요즘이라서 힘들다.ㅠ)
하나 덧붙이자면 항상 그 '조금'은 어렵다면 말도 안되게 어렵고, 쉽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일텐데 그게 나에게는 어려운 지점이었다. 가령 조금만 빨리 출발했었도, 조금만 일찍 일어났어도, 조금만 덜 먹었어도 등 혹은 사실은 '조금'이 아니 더 많은 것을 '조금'이라고 기대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표현 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조금'은 결코 가볍고 쉽지 않아서 나에게는 아쉬움이 항상 생기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25년10월의 나는 어떨까. 어떠길 바라고 싶은 걸까.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내가 좀 더 에너지를 찾았으면 한다. 욕구나 흥미, 욕심이라는 단어들이 최근 너무 거리감이 있는데, 1년 후에는 그런 단어들이 다시 가까워지고서 (1년이 아니라 당장이면 더 좋겠고) 그 다음에 공부하는 시험의 좋은 결과, 업력 향상,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렵지만, '조금' 더 나은 선택과 결정, 결과가 있길 바라는 욕심을 내보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