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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간회고

2025년 7월 회고

여유,외부 자극

by 다만하

7월 여름이 왔다. 덥고 비와서 습한 계절이다. 작년 7월 처럼 동시에 여유로운 시간이 많은 느낌이었다. 집중할 부분이 빠져서 계속 공백기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한 껏 여유 있는데 동시에 이런 여유에 젖고 있는 지금이 약간은 불안하긴 하다. 해야 할 일을 잘 못 해서 미루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7월이 지났다. 그 순간 순간을 좀 돌아보자.


1.술

소위 ‘알콜쓰레기‘인 나는 작년 부터 술이 조금 늘어서 와인 반 잔? 한 잔?은 하는 편 같다. 7월은 좀 그런 자리가 있었다. 회식은 아니었지만, 와인이나 칵테일 한 잔을 할 자리가 많았다. 술은 잘 못 하지만, 조금 그냥 좀 긴장하지 않고, 늘어지고 싶을 때가 있달까. 가끔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술 마시고 싶다’고 말하면 내 주위는 다 비웃지만(너가…얼마나 마신다고..ㅎㅎㅎㅎ)답답하다고 느낄 때는 칵테일 이나 와인을 마시러 가기도 하는 것 같다. 소주, 맥주 보다 천천히 마실 수 있어서 선호한다고 할까. 사실 맛은 얼마나 달달하고 도수에 따라서 변주가 있을텐데 어쩌면 기분에 따라 달리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시원한 칵테일은 여름 밤을 보내는데 좋았던 선택지 였던 것 같다.




2.엄마 아빠 생일, 외식

집에서 살아도 회사 다니고, 주말에 약속이나 카페에 노트북하러 가면 엄마 아빠랑 밥 먹을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일부러 이벤트가 있으면 밥 먹는 자리를 만드는 편인데, 7월에 부모님 생일이 모두 있어서 주말 마다 조금 일정을 가지고 나가서 밥을 먹었다. 예전 보다 조금 더 이런 시간이 애틋한 느낌이 든달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약간 묘한 감정이 드는 시간이 었다.



3.아침 운동

올해 4월에 다친 팔이 아물고 지난달 부터 크로스핏을 다시 갔다. 확실히 안 했을 때 보다 몸이 무겁고 둔하고 다이어트도 신경 쓰이게 옷도 타이트해졌었는데, 한 달이 지나니까 조금 몸이 편해진 느낌이다. 먹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운동해야겠다는 강박도 줄고, 그냥 아침에 루틴에 맞춰 운동하러 가는게 오히려 편하달까. 요즘 일찍 깨고 있어서, 버스 두 세 정거장을 20분을 걸어가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과 푸릇함을 보는 것도 반갑고, 뭔가 일상의 소중함이 눈에 들어왔던 순간들이 많았다.


4.요가

어쩌다 요가 외부 수업을 시작했다. 주 1회 1시간을 위해 노력은 별로 안하는데…(ㅎㅎ 적당한 난이도라서) 늦게 까지 판교에서 있다오고 하는게 좀 힘들었다. 아 일정 때문에 7월은 재택 근무 하나 없이 오롯이 매일 판교를 오가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하루라도 출퇴근하지 않는게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었지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커리어에 도움이 안되고, 일에도 도움이 안되는데도 이걸 지금 하는 게 맞나에 대한 생각도 들었는데, 돌아보면 요가, 독서모임, 운동 모두 하는게 맞을까라는 나는 질문을 던졌었고, 그 답은 그냥 하는 것이었다. 하다가 망하고 멈춰도 안하고 있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일단 시작해보았다. 지금 내 시간이 아까워서 어디에 쓰이는게 좋을지 방황하는 와중이라 조심스럽지만, 조금 더 나를 믿고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에 요가에 대한 생각도 다시 많아지고, 멘탈 케어해야지 하면서 나를 도닥여 주고, 명상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 안에서 본인을 자각하면서 마음을 정돈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던 7월이었다.




5.선물 요정

주위에 챙기려고 생각하면 끝도 없긴 하고, 점점 덜 챙기게 되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굳이‘ 라는 생각도 들고, 상대방이 ‘굳이‘ 라고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선달까. 아무튼 그래서 확실히 매 년 덜 챙기게 되곤 있지만, 그래도 관성이 있는지, 밥 사려고 했다가 얻어먹으면, 카페 가서 빵을 한 가득 담아주기도 하고 간간히 이번달은 카페에서 이 것 저 것 사다 날랐던 것 같다.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에 설레는 건 여전하다.



6.꽃

싱그럽게 이쁜 꽃을 보기도 했다. 주말 아침에 산책 가면서 길에서 보이는 꽃도 있었고, 우연히 받은 꽃 선물도 있었다. 꽃은 늘 그 찰나의 생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서 한동안 보고 있기 하고, 여운을 남겨주는 것 같다. 그래서 주거나 받을 때 가장 실용성이 없어도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대상 중 하나다.

최근 나는 행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그 때 나는 행복은 신기루와 같고 행복이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게 뭔지도 모르겠다. 다만 생기돋는 그 모습, 순간, 사람, 장면을 사랑한다, 그래서 꽃도 언제나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살아있음을 자주 자주 느끼는 삶을 추구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그 때 떠올랐던 예시가 꽃이었다. 그리고 그저 존재, 그 순간이 이쁜 것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스스로와 타인에게 자주 가져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뻗쳤었다.

도라지꽃 때문에 나는 보라색을 좋아하는 걸까.ㅎㅎ


7.주말 커피

꽤 다양한 이야기를 나가서 했었던 것 같다. 요즘 일, 이직, 연애, 결혼, 가치관 등 친구는 아니었고 지인 정도의 거리.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 내가 점점 더 폐쇄적으로 지내고 있었다는 걸 더 많이 느꼈다. 크게 교류하지 않으려고, 더 접접을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남은 하반기는 보다 용기 내어 더 많은 부딪침과 만남, 자극을 추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8.분실물

광광 울었다. 나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꽤나 오래 쓰는 사람이다. 사실 모든 물건을 오래 오래 쓰는 걸 좋아한다. 잘 질려하지도 않고, 마음에 드는 걸 잘 못 골라서 좋다고 느끼는 것들은 자주 오래 쓰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운동하고 여유가 있어서 크로스핏 여자 탈의실에서 악세서리까지 착용하고 출근했었다. 보통은 시간이 없어서 머리도 못 말리고 뛰어나가기 바빠서 악세서리는 버스나 회사가서 착용했었다. 그런데 그 날 오후 양치하러 화장실 거울을 보았는데, 한 쪽 귀걸이가 없는 걸 알았다…어디에서 떨어뜨린 걸까. 아침에 커피를 함께 했던 동료한테 혹시 기억 나냐고 물었다가 사내 식당에서 점심 먹은 자리에서 귀걸이 흔적을 운 좋게 찾았다. 안타깝게 반짝이는 부분은 못 찾았다. 한동안 그 자리를 계속 맴돌면서 언제 어떻게 샀는지, 다시 살 수 있을지 등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올라왔었다. 그래봤자 귀걸이지만, 그렇게 넘기기 어려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별 게 아닌게 누군가에게는 정말 중요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들면서, 칠칠 맞은 나를 탓했다.


9. 여름 하늘, 7월 하늘

유난히 구름이 자주 보였던 7월 하늘이었다. 눈에 띄게 이쁜 색감과 형태, 오모한 느낌을 많이 주어서 소소한 위로와 즐거움으로 다가 왔었다. 퇴근길 한남동과 좋아하는 회의실의 창가는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가만히 있고 싶게 했다.



더운 7월이었는데 운이 좋게 몸이 덜 고생하면서 움직였던 것 같다. 은근히 잔잔하지만, 사람과의 접촉은 많았던 기억이다. 평일 퇴근 후, 주말에 혼자서 정돈하는 시간 보다는 지인과 커피와 밥을 먹으면서 시간을 쓰게 되어서, 오랜만의 반가움과 동시에 다들 멋지게 변화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방향을 잃고 맴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뻔한 위로와 과정이라는 말과 함께 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꽤나 결과 중심적이라는 나를 자각하면서, 과정을 놓치거나 소홀히 하지 말라는 말을 조언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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