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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육오늘 Apr 07. 2023

비 오는 가을의 프라하

#6_체코 프라하 4박 5일

11월 가을의 프라하

2022.11.15-11.19



유럽에 온 지 일주일. 프라하로 이동하는 날이었지만 파리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파리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거리는 생각보다 지저분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큰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친절했고 아름다웠다. 이곳을 떠나는 날 처음으로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를 보았다. 비 오는 날의 파리가 가장 파리답다는 ‘Midnight in Paris’의 대사가 떠올랐다. 도시의 오래된 건물이 더욱 운치 있게 느껴질 이곳의 모습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비 오는 날 여행하는 건 너무 싫지만 새로운 옷을 입고 있을 비 오는 날의 파리를 놓친 게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 공항 도착 후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고나니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갔던 곳보다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나지만 분명 이 곳을 다시 올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프라하..

이름도 아름다운 곳



다음 여행지인 프라하에서의 닷새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절망적인 소식을 알렸다. 여행 중 하루 일과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바뀌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 일기예보만큼은 잘못된 정보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파리에서 출발할 때부터 날씨가 안 좋더니 프라하에 도착하니 짙은 안개와 생각보다 추운 날씨가 나를 맞이했다. 안개로 가려진 시내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예쁜 프라하의 모습이 아니었고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유독 건물은 갈색빛으로 보였다.


이번 유럽 여행 중 가장 큰 기대감을 갖고 온 곳이 프라하였다.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프라하성 사진을 보고 이곳은 꼭 가야 한다며 열심히 비행기 티켓을 보고는 했다. 안타깝게도 비행기 티켓을 찾아보던 중 몇 주 뒤 코로나로 온 세상은 뒤덮였고 그 후 2년 뒤인 지금에서야 올 수 있었다.



하벨 마켓



오후 3시만 되어도 이미 저녁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창 걷다 6시쯤 되었나? 하고 보면 말도 안 되게 3,4시였다. 첫날 도착한 날부터 4박 5일 중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나흘동안 비가 내렸다. 여행하는 동안 해는 단 하루도 볼 수 없었다. 이곳은 과연 해 뜨는 날이 있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맑은 날이 그리웠다.

비가 하루도 쉬지 않고 주룩주룩 내렸다. 파리의 잦은 비 때문에 혹시나 하고 들고 왔던 작은 우산은 생각지도 못하게 프라하에서 요기 나게 쓸 수 있었다. 그나마 폭우처럼 쏟아지는 양의 비는 아니라며 걸어 다닐 수 있음에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다. 적어도 하루, 아니 잠깐이라도 해가 뜬 맑은 날의 프라하가 보고 싶었지만 나에게 그런 운은 오지 않았다. 날씨만 좋았다면 독일의 드레스덴을 하루정도 가려고 했으나 주변 도시들 또한 모두 '비'여서 포기하고 강제 여유로운 여행을 취하기로 했다. 엄청 추운 영하의 겨울 날씨가 아닌데도 뭔가 으슬으슬하게 춥다. 일부 사람들은 벌써부터 롱패딩을 입고 다니기도 했고 나도 가져간 옷들을 최대로 껴입고 다녀야 좀 걸어 다닐만했다. 안 그래도 날씨에 영향받는 사람인데 비는 계속 오고 하루종일 어두컴컴하니 흥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매일 비가 오니 호텔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해외까지 나와서 숙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건 아무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길에 대한 감각이 워낙 없는 사람이라 해외 나가면 꼭 구글지도가 필수이지만 도시자체가 크지 않았고 일정도 여유로웠기에 발이 가는 대로 무작정 걸어 다녔다. 그렇게 걷고 걷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로 올라가길래 따라가보았다. 나는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릅다운 다리인 '카를교' 인지도 모르고... 다리 위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위로되지 않았던 날씨에 대한 원망이 한순간에 치유받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촉촉하게 젖어있는 비로 인해 그곳의 야경이 더욱 황홀하고 아름답게 보인 것 같다.






다리 위에 펼쳐진 프라하의 모습은 파리와는 분명 다른 낭만이 있었고 그곳만의 시대감과 분위기가 느껴지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고 싶어 했던 이유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내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확실히 카메라 렌즈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분명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밤의 에펠탑도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본 일몰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카를교 다리 위에서의 만난 야경이 이번 유럽 여행 중 단연 최고였던 것 같다.

 


밤에 더 빛을 발하는 곳이 프라하인 건가? 분명 오전에 지나갔던 구시가지 광장이었는데 밤에 만나니 오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관광명소답게 천문 시계탑에는 지나갈 때마다 사람으로 항상 붐벼있어 제대로 사진 한 장을 찍지 못했지만 나는 시계탑보다 광장 한복판에서 다양한 건축물들을 보는 게 더 즐거웠다. 오래된 광장이라 그런지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건축물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게 재밌게 느껴졌다.



틴 성모교회
좌) 구시가지 광장  |  천문 시계  | 우) 얀 후스의 동상



시계탑이 바로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잠시 사람 구경도 하고 프라하의 천문시계가 갖고 있는 의미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단연 가장 재밌는 건 멍 때리고 사람 구경하기 인 것 같다.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보니 괜스레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내 모습을 보니 어째 슬슬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회의감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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