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육오늘 Mar 13. 2024

수다쟁이 이탈리안을 보고 귀마개를 꺼내다

혼자 한 유럽 여행 에피소드

말로만 들었던 수다쟁이 이탈리안 아저씨들로 고요했던 기내 안 정적이 깨진다.

그것도 1분의 쉼 없이 착륙할 때까지.. 


파리에서 프라하고 가는 비행기 안, 

프라하에서 베니스로 가는 비행기 안


여행을 갈 때마다 소음방지 귀마개를 챙겨 다녔다. 사용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에도 왜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챙겼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이러한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잠재적으로 준비했던 것 같다.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 옆에 앉은 두 명의 신사와

베니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 앞에 앉은 두 명의 신사 



2시간 30분가량의 비행이었기에 잠시 눈을 붙이고 쉬려고 했다. 유독 조용한 기내 분위기를 보고 다들 여행 아닌 출장인가 싶을 정도로 정장을 입고 있는 분들도 많았고 대화 나누는 사람이 없었다. 

그 순간 내 옆 자리에 남자 두 분이 앉으셨고 꽉 찬 기내석의 고요했던 분위기는 이 두 분의 대화 시작으로 끝이 났다. 옆에 앉은 분의 대화가 30분 뒤에는 끝나겠지.. 1시간 뒤에는 끝나겠지 했는데.. 웬걸 도착할 때까지 1분의 틈도 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설마.. 남자들이 얘기 나눠봤자 얼마나 오래 하겠어.'이러다 계속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대박이다.' 하다 중간에 살짝 화가 나서 몇 번 나름 쳐다보고 했는데도 복싱하듯 서로 말거리를 오고가며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마지막에는 거의 포기 상태로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친근한 성격까지 갖춘 수대쟁이 아저씨 한분은 나가면서 승무원에게 자기 고향에 대한 얘기를 또 한번 재미지게 설명하신다. 나도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오랫동안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내 기준에서 이 두 분은 완전 초과 상태였다. 


살면서 이렇게 쉼없이 말을 많이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베니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에는 더 강적인 아저씨 두 분을 만났다.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중후한 이탈리안의 외모이셨던 멋쟁이 아저씨 두 분이 셨는데 3x3 작은 비행기 안이 단번에 큰 목소리로 휘감았다. 그리고 함께 시작된 현란한 바디랭귀지.. 여행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안들이 많이 하는 바디랭귀지 몇 가지를 알려주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 보았던 바디랭귀지가 나오는 걸 보고 '지금 화나셨네.' 또는 '감탄하셨네' 등을 유추할 수 있었다. 큰 키에 긴 팔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이니 정신이 어질 해진다. 


나는 직감했다. 대화 역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일찌감치 귀마개를 찾기 위해 파우치 안을 뒤적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하시는 건지 웃다가 갑자기 진지해지고.. 다이내믹하게 바뀌는 감정선이 뒷자리인 나한테까지 전달된다. 

그런데.. 

기내 있는 많은 사람들 중 그들의 큰 목소리는 나 빼고 아무도 상관없나 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체력이 곧 여행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