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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진 Mar 29. 2024

너무 칭찬만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칭찬만 많이 하시는 것 아니에요?” 식물 드로잉 수업을 할 때마다 수강생분께 듣게 되는 말이다. 삐뚤빼뚤한 형태, 어색한 색채, 그리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구도… 부족한 점을 스스로 나열하시지만, 되려 사랑스럽다, 따뜻하고 달콤하다, 혹은 과감하다는 평을 드리니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쩌면 쉬운 일일 지도 모른다. 종이를 꺼내고, 마음에 드는 화구를 골라 슥슥 채워 넣으면 되니까.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끝없이 만나게 된다. ‘아무래도 선을 잘못 그은 것 같아. 다른 작가는 색을 참 잘 쓰던데 나는 왜 그게 안 될까? 애초에 구도를 잘 못 잡았나 봐,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겠어…’ 이렇게 단점을 메우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그림은 하기 싫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많은 경우, 지우고 다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야말로 개성과 장점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움으로 가득 차길, 기쁨과 기대가 손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이번엔 새로운 색을 써 볼까?, 그리고 싶은 게 생각났어!, 크게 그려 보면 멋질 거야’ 하고. 그렇게 자꾸 그리다 보면 손끝에서 좋은 그림이 나오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단점을 고치겠다는 쉬운 생각을 버리자. 그리고 좋은 점을 찾아 성실히 칭찬해 보자.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3년 6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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