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긴 제목의 브랜딩 서적
눈에 띄는 시퍼런 색상의 책. 브랜딩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제대로 된 책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자영업자, 소규모 매장이 살아남는 방법인데 대부분의 책들은 대기업의 브랜딩 사례를 가져온다. 게다가 도서관엔 오래된 책이 많다. 오래됬다고 나쁜건 아니다. 그러나 브랜딩과 마케팅 영역에서는 사실 SNS를 비롯한 인터넷의 영향이 커져버린 요즘엔 도움이 안된다.
슬쩍 흩어보다가 다시 꼿아놓은 책이 3권째가 넘어갈 무렵 걸린 책은 참 휘황찬란한 제목이었다. 시퍼런 책과 노란 글자색. 나에게 필요한 작은 매장의 브랜딩 사례를 보여줘서 흥미롭게 읽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곳이 많다는 점 정도?
횃불, 텍스트 칼로뤼, 동북아, 낙원강, 파운드, 풍뉴가 등 다양한 매장의 컨설팅 사레를 보여준다. 그 중 풍뉴가라는 대나무숲 찻집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직까지 영업중이기도 했고. 그러나 여기 브랜딩은 너무 큰 세계관을 그리려고 하는 점이 조금 오글거렸다. 그러나 그 부분이 중요해보이기도 하다.
'세계관을 구축할 때는 그 세계관을 대표할수있는 키워드를 설정하고 깊게 파헤쳐야 합니다.'
'일반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일반화를 일반화하지 맙시다.'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참 좋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손님에게 친절해야한다. 이런 세계관이라고 강요하는 순간, 역효과를 일으키니까. 예전에 한국말 하면 벌금을 내는 이자카야가 뉴스를 탄 적이 있다. 지금은 장사를 접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듯 자신이 만든 세계관에 손님이 자연스럽게 녹여내야지, 강요하다간 되려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일본어로 주문 시, 할인이라면 반감을 사진 않았을텐데.
이 책에서 또 한가지 재밌는 점은 뒤에 있는 브랜딩 하는 방법이다.
1단계 나 바로 알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은 무엇을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한가요?
당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2단계 하고 싶은 일 찾기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나요?
어떤 브랜드를 만들수있을까요?
3단계 조사하기
2단계에서 찾은 아이디어와 아이템은 현재 어떻게 소비되고 있나요?
2단계에서 찾은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나요? 그 브랜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내 브랜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4단계 브랜드 정체성 확립하기
브랜드를 아우를수있는 키워드를 적어보세요
브랜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세지는 무엇인가요? 슬로건을 정리해보세요
타깃층을 구체적으로 설정해보세요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네이밍을 해보세요
5단계 브랜드 콘셉트 설정하기
브랜드를 의인화 해보세요. 누가 떠오르나요?
타브랜드 또는 어떤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비슷한가요?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보세요
6단계 브랜드 디자인하기
5단계에서 만든 세계관을 디자인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까요?
7단계 사전 체크리스트
메인 메뉴/사이드 메뉴/조리 메뉴얼/필요한 주방기기 구비 여부 등등
7단계에 걸친 브랜딩을 실제로 직접 해볼수있다. 나도 다시 해당 리스트를 토대로 블랙말린에 대해서 적어볼 생각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적다보면 카페 컨셉이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이 체크리스트만으로도 책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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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말린 로스터리의 방향성은 어디로 가야할까. 사실 아직 카페를 오픈할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 덕분에 컨셉도 불명확하다. 평수와 위치에 따라서 고객이 달라지니까. 물론, 내 컨셉을 정하고 장소를 골라도 된다. 그러나 지금은 예산에 맞춰서 컨셉과 장소를 골라야하니 선택지가 줄어든 셈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서는 어떤 책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