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상담에 오지 않으려거들랑...
앞서 아동·청소년상담에 수반되는 부모상담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비교적 어린 아동의 경우 “놀이”하는 곳이라고 말하며 상담장면에 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은 부모님의 통제가 수월하게 적용되는 편이고 실제로 상담을 진행할 때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교감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청소년 상담의 경우는 부모님이 상담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막상 아이를 설득해서 상담소에 데려오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학생만 되어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들어 잘 설명해야 하고, 부모님과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학교상담이나 주변에서 들은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의 영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근무하는 연구원에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아이를 데려올 방법을 찾지 못해 난감해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상담의 동기
상담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내담자의 동기가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 “오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찾아오게 되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변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동기가 없는 아이를 억지로 데려다 앉혀 놓았을 때 자연스레 상담진행은 더디게 됩니다. 상담자가 최선을 다해 친해지려 노력해 보고 마음을 열게 만들려고도 해보지만 아동보다 청소년의 경우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가 도망친 안식처
아이들이 가정에서 마음을 닫는 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집에 갔을 때 마음이 편치 않다는 뜻일 수 있고, 부모님과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답답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도 어딘가에서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을 것입니다. 누구나 마음 의지할 곳 하나쯤은 필요할 테니까요. 부모님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범주에서 도망친 우리 아이들이 삼은 안식처는 어디일까요? 대표적으로는 친구, 게임 등이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 아이들에게는 또래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다 더 친구관계에 몰입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제일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관계가 건강하든 불건강하든 아이들은 따지지 않고 빠져들고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컴퓨터 게임, 핸드폰 게임 등에도 빠져듭니다. 복잡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든지, 단순한 방식을 반복하는 것에 머리를 쉬게 하든지 아이들은 한없이 게임에 몰입하여 괴로움을 잊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미 다른 곳에서 마음을 의지하고 있는 아이를 설득해 상담이라는 장면에 데리고 오는 것은 부모님으로써 정말 어려운 일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상담의 목적은 변화
상담을 하려고 할 때 원하는 목표는 변화 일 것입니다. 고통을 멈추든, 습관을 버리든, 마음의 안정을 얻든, 이것들은 모두 현재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지만 상담자는 부모님이 변하길 바라기도 합니다. 양쪽 쌍방의 문제이긴 하지만 아직 통찰이 안되는 아이들이 변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변하는 것이 더 빠르기 떄문입니다. 아동·청소년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습니다.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부모님인 만큼 부모님의 변화는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때로는 부모님 먼저
아이들이 상담에 오기 어려워 한다면 부모님이 먼저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의 문제에 대해 털어 놓으며 상담사와 대화를 하다보면 언제부터 아이가 흔들리기 시작했는지, 부모님의 어떤 태도와 주변의 어떤 상황이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측면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한 번의 상담으로 문제가 촤르르 해결될 수는 없지만 부모님이 먼저 상담을 받는다면 아이를 이해하는 물꼬를 틀수는 있습니다. 변화는 그때부터입니다. 부모님이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부족한 면을 바꿔보려 노력하고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되면 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시작이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더 행복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먼저 손을 내밀려는 부모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