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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Jan 30. 2018

헤어짐에 임하는 그들만의 자세.

상담자의 사정으로 상담을 종결하게 되었습니다.

6년여간 몸담아왔던 기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예상보다 갑작스레 정리하게된 사정이 있어 사례를 정리하는데 한달이라는 시간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많이 미안했고 참.. 아쉬웠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사정이 있어 이 기관에 더이상 나올 수 없게 되었다고. 그래서 우리는 1월 마지막주까지만 만날 수 있다고. 많이 아쉽고 미안하다고 말했을 때.
한사람 한사람 모두 특별한 재능과 의미가 있듯이, 작별을 고하는 상담사에게 대하는 태도가 한사람 한사람마다 모두 달랐다. 
어떤 친구는 동그래진 눈으로 놀라며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떤 친구는 어디로 가는지 언제가는지 앞으로 뭘할건지 무슨 이유인지 등을 꼬치꼬치 묻다가 화를 냈다.
어떤 친구는 몹시 당황하며 선생님과 계속 연락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듯 여러번 물었고
어떤 친구는 기운없고 상심한 태도로 슬프다고 말했다.

모두가 각기 다른 태도를 보였지만 모두가 같은 상황과 같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나와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짧게는 1년반, 길게는 3년이상을 만나왔다. 매주 만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하며 친해졌고, 기쁜일 슬픈일을 함께 하며 서로를 염려하거나 축하했으며,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시간들을 함께 해왔다. 그런 사이에서 서로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작별이 아닌 선생님의 사정으로 인해 종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리라 여겨진다.
아쉬움. 슬픔. 섭섭함. 화남. 당황스러움. 불안함. 등이 주를 이뤘을 텐데 이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는 하나같이 달랐던 것이다.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건 몹시 당연한 것 처럼 여겨지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쁠 때 못 웃고 슬플 때 울지 못한다. 특히 화가 날 때 화가 나는지를 모르거나 화를 엉뚱하게 내기도 한다. 어른들중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나는 참 어려웠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가장 원초적임에 가까울 아이들인데도 감정표현이 각기 다른건 각자의 특별한 경험과 성향이 있어서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감정을 있는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기가 어려운건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괜찮은 경험과 환경을 갖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각자의 표현방법이 달랐어도 나는 각자의 특성을 잘 알고 함께해온 시간이 있기에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아렸다. 그리고 새삼스레 더욱 더 상담심리사로서의 자세를 가다듬게 되었다. 

세상에서 보편적으로 말하는 태도와 표현이 아니라고 해서. 혹은 내가 생각하고 습관처럼 여기는 태도와 표현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의 진심을 몰라주는 우를 범치 말아야지.
그렇게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내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그 마음을 공감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그동안 상담했던 시간들을 되짚고, 어떤 문제와 고민이 있어 찾아왔다가 어떻게 성장하고 달라졌는지를 정리해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성을 담아 이 아이가 좋아하는게 뭘까, 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게 뭘까 고민하며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써서 전해주었다. 선물을 받고 이게 필요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며 안도하고 함께 기뻐했다. 그리고 서툴지만 나보다도 더 간결하면서도 진실되게 적은 아이들의 손편지를 받고 나또한 뭉클하고 울컥이며 마지막 회기를 보냈다.
수많은 종결회기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종결한 친구들을 특별히 더 잊지 못할 것 같다. 
고맙고. 많이 미안하다 친구들. 

 

※ 상담과정 중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종결(통상적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글에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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