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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Apr 29. 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워_무력감과 희망사이

아이에게 희망은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개봉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모든 마블팬들이라면 같은 마음일 것이다.

동생의 외장하드에 빼곡히 담겨있던 영화들을 신기해하며 묻다가 입문하게 된 마블 시리즈.

그 뒤로 가능하면 개봉날 혼자 가서 관람하고, 그 다음 친구나 가족과 한번더 보는 게 삶의 소소한 낙이 되었다.

이번엔 남편과 함께 보기위해 개봉날 설레는 마음을 꾹 누르고, 가능하면 인터넷 서핑을 자제하며, 스포일러를 최대한 접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수요일 개봉한 영화를 금요일까지 기다리는 건 정말 큰 인내를 요했다.


마블 시리즈 영화가 왜 재밌을까?를 묻는다면 나는 영화가 단순하고 재미있어서. 라고 말한다.

수많은 히어로들과 곳곳에 숨겨진 인피니티스톤들의 맥락을 연결해야 하고,

본편 후에 나오는 쿠키영상들의 떡밥을 고심하는 마블 시리즈를

단순하다고 하기엔 모순일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바로 재미있음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과 악이 분명하고, 결국엔 선이 이기는 권선징악이 뚜렷한 이 영화가 나에게는 단순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유치하지만 시원하고 통쾌한 느낌. 어떤 적도 이길 수 있는 힘. 기술. 마음. 이런 것들이 녹록치 않은 삶에 활력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타노스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우주 최강이라고. 수많은 우주의 최강이라고.

그래서 걱정하면서도 그만큼 강한 적이니 더 크고 웅장한 싸움이 될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을 뿐이었다.

영화가 시작된 처음부터 허망함이 몰려왔다.

와..... 타노스 진짜 강하다. 넘사벽이네. 스톤 모으지도 않았는데 기본이 그냥 쎄네.

초반 타노스와 헐크와의 짧은 대결에서 보여준 타노스의 결투실력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그냥 막 살인을 즐기고 파괴를 즐기는 잔인한 악인이 아니다.

나름 우주의 균형을 위한 심오한 가치관과 신념이 있고, 이를 추진하고 실행에 옮기는 행동력과 실력이 동반한 인물이었다.

너무 강하고 어찌 보면 타당해 보일정도의 악인이었다.

그동안 나를 즐겁게 해주고 속시원하게 해주던 히어로들은 타노스앞에 작아졌다.


스토리는 왜그렇게 짜임새가 있던지, 분량분배는 어쩜 그리 잘하고, CG기술은 완벽하고, 각개각소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들은 매끄럽게 흘러가고.

그래서 몰입감은 깊어갔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알수 없는 무력감이 짙어갔다.

결국 기사를 도배하는 일관된 평인 “마지막이 허무했다.”와 비슷한 마음으로 엔딩크레딧을 보게 되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마지막까지 허무했다.” 정도.


영화가 끝나고 남편과 술한잔을 아니할 수 없었다.

양꼬치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소소한 소감을 나눴다.

“난 너무 무력감을 느꼈어. 내가 히어로들 편이 아니라 타노스 편이었다면 정말 좋았겠어.”

“그러게. 아~ 씁씁해. 여기에 왜게 남냐. 내년에 나오는 4를 무슨수로 기다리지.”

“오빠 나는 영화 보면서. 상담할 때 희망이란게 정말 중요한거구나를 깨달았어.”


이 씁씁한 마음과 무력감을 넘길 수 있는건, 마지막 쿠키영상.

그리고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가 또 있으니 뭔가 다른 이야기가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런지 상담할 때 만났던 아이들 생각이 자꾸 났다.

아이들 중 대부분은 학교나 가정에서 받는 피드백과 반응이 자신의 문제행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장점이나 강점은 모르고, 그런 지적들에 잘 고쳐지지 않는 자신에 대해 답답해 한다.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부모님마저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봐주지 않고,

결과로만 이야기를 하거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피드백만 반복한다면.

심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원래 이런애라고. 나이질 수 없다고.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보니까 어쩔 수 없다고.”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부모님조차도 문제행동에만 집중하다가 결국 우리 아이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놓치고 만다.

다들 그 문제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무력해질까. 자신이 달라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얼마전에도 결과에만 집중하는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제가 너무 잘못된것 같았어요. 그래서 화가 많이 났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저린 상담을 했었다.

내가 했던 말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과정을 물어봐주고, 그떄의 심정을 읽어주고,

다음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이런 방법으로 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너의 장점들은 이런게 있다고, 내가 네 편이 되어 줄테니 작은 것 부터 한번씩 해 보자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수많은 아이들을 상담해 본 경험상 이런 상담자의 말에 용기와 지지를 얻지만 결국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건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의 편에 서주고 강점을 알아줄 때 아이들은 비로소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바로 “희망”이 있어서이다.

내가 그냥 그런 문제아가 아니라는 것. 내가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그런 아이일 뿐이 아니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준다.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부모님이 이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단 아이들 뿐이 아니다.

우리 어른들도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삶을 견뎌내고 버텨내는게 아닐까?


타노스. 줄무늬 턱을 앙 다물던 그 초강력 빌런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게 뭐라고 스물한살 이후로 안먹던 소주잔을 비워내고....


추신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참 좋아했는데. 스타로드 팬이었는데. 정말 그럴수밖에 없었는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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