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정은 아주 어릴때부터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다양하게 분화시킬 수 있도록 돕고, 그 감정을 수용받고, 자유롭게 그리고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어른의 감정은 어떨까?
어른들은 어린시절을 지나오면서 자신만의 감정처리양상이 몸에 익어있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감정처리양상"은 쉽게 말해 "감정을 처리하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습관은 오랫도록 반복해 몸에 익은채 굳어진
행동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온 자신의 기질적 특성과 자라면서 환경에 맞춰 반복해온 감정처리 방식이 혼합돼 수없이 반복되어 일정한 방식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나의 감정습관
나는 즐거운 감정이나 슬픈 감정이나 행복한 감정은 그때그때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이었다. 기질이 활달하고 말하길 즐겨했기에 표현하는게 어렵지 않았고, 부모님 특히 아빠의 이쁨을 많이 받고 자란 탓에 작은일에 웃고 행복해 하는게 가능했던 것 같다.
반면 화나거나 속상한 감정은 그때그때 드러내지 못하고 참거나, 쌓아두거나, 말이 막히거나,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편이었다. 어릴때 바쁘셨던 부모님대신 첫째로서 남동생 둘을 돌보는게 익숙했고, 딱히 잔소리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며 컸던데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충실했달까? 잘 참고 배려한다는 명목하에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게 익숙했다.
이런 감정습관들은 장점과 단점을 동반한다. 사람들이 편안해하고 즐거워해서 사람사귀는게 어렵지 않았고, 배려하고 참으니 큰 다툼없이 잘 지내게 되었다. 그치만 "참는다. 쌓아둔다."는 것은 반드시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시원하게 화내지 못하고 피하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한다던가 다른 곳에서 터트리는 것이 그러하다.
사람들의 감정습관
사람들을 만나보니 감정처리 습관이 참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시시때때로 화를 내고 짜증을 달고 살았다. 불편한 일이 생길때 그때그때 말하는건 시원해보였지만 언제나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내니 대화를 할때나 관계를 맺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자기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시종일관 일정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일희일비하지 않는건 안정적으로 보였지만 화날때, 슬플때, 기쁠때 자신의 감정자체를 못알아차리니 함께 한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제일 중요해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잘 캐치하고 표현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느라 다른 사람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기도 했다. 관계는 상호간에 작용하는 것이고 주고 받는 것인데 자신에게만 집중 되어 있으니 상대방은 지쳐 멀어지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은 뒤로 내버려두고 주변사람들의 감정을 지나치게 신경쓰곤 한다. 처음엔 배려하고 맞춰주는 것 같아 좋아하면서도 점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에게 좌지우지되니 자신도 타인도 피로함을 느껴 원만한 관계가 잘 유지되지 않았다.
관계에서의 감정습관
이처럼 사람들은 다양한 감정습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그 감정습관들은 자신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장점이 많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 곁에는 사람이 머무를 것이고 단점이 많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 곁에는 사람이 점점 떠나거나 비슷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남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는 주고받는 말과 행동이 중요한데 그 말과 행동에 스며든게 자신의 감정처리 습관이기 때문이다. 혼자 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하고픈대로만 할 수는 없다.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 부부간의 관계에서, 친구나 직장동료와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