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훼 Mar 27. 2023

실수를 인정하는 근사한 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죄송했어요. 


그날 제가 술 취해서 오바했어요.


근데 저 그렇게 무례한 놈은 아니에요.


가끔 술도 같이 마시고 친하게 지내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3회









오랜만에 드라마 이야기.



한동안 넷플릭스나 티빙 구독료가 아까울 정도로 통 보질 않다가 새해들어 한달넘게 영화와 드라마들을 보고 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 같은데 주로 우울하거나 무기력할때 하게 되는 것이 드라마 보기인것 같다.


#나의해방일지


방영이 된 시기가 2022년 4월 초. 작년 한참 센터 초기라 바쁘게 지냈던 시기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동시에 방영했던 노희경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고 있었어서 미뤄뒀던 드라마다. 


그래서 당시 손석구 열풍에 따라가질 못했었는데, 내담자분이 남편과 손석구에 관한 농담을 던졌을때 못알아들어 멋쩍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손석구 는 [멜로가 체질]의 야감독...도 충분히 멋있지만.


전체적인 드라마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은 뒤로 하고, 기억에 남는 여러장면들 중 하나를 나누려고 한다. 








나는 자주 내 행동과 말에 대해 곱씹어 보는 편인데,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잘못되었거나 실수했다고 여겨졌을때 상당히 괴로워 하곤 한다. 지금은 이런 나를 어쩔 수 없다 여기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의지하며 털어버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실수 한 내 자신을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가가 그에 대해 담백한 사과를 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장면은 뭉클하기도 하고 울렁거리기도 하는데 어쨌든 무척 근사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건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특히 타인의 반응을 중요하게 여기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거나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실수는 큰 타격이 된다. 그래서 실수 그자체로 인해 괴로워하거나 부정적인 감정과 씨름하게 되기도 하고, 모른채 피해버리거나 때론 너무 과하게 사과하며 메달리기도 한다. 






자존감

상담을 하며 자존감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는데 그럴때 보통 두가지를 이야기 해준다. 



한가지는 "표현해야 한다는 것" 이다. 자신이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이나 욕구를 잘 못 알아차릴때 우리가 흔히 아는 회피나 억압이나 충동이 일어난다. 그 순간에 나를 생생히 느낄 수 있을 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 다음 단계가 바로 표현. 나의 생각과 감정과 욕구에 대해 적시에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러기 위해서 자꾸 말해보고 표현해봐야 한다. 때론 뭉툭하고 때론 미숙한 표현을 다듬어가기 위해 안전한 대상과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두번째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다.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강점만을 인정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강점도 약점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내가 안되는 것에 너무 메이지도 않고, 부족한 점은 인정하며 보완하고, 잘하는 점에 초점을 맞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사람이 자존감 높은 사람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치만 그 실수가 자신의 전부인 것 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 


그 실수에 대해서만 내가 잘못한 것일 뿐 


나는 그 실수로 인해 무너져야 하는 존재는 아니니까. 


다만 그 실수에 대해 힘있게 책임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실수를 하게 된 나의 마음과 환경적 요소 즉 상황을 살펴보고 어쩌다 그렇게 했는지를 돌아보면 다음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를 좀 더 다독여 줄 수 있다. 그리고 실수로 인해 타인에게 영향이 미쳤다면 타인의 마음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표현해야 한다. 미안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물리적 책임이 있다면 기꺼이 지는 것. 혼자 생각하다보면 작은 실수가 내 생각속에서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에게 꺼내어 대화해 보길 권한다. 그럼 좀 더 정리가 되고 용기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친구와 나는 실수에 대해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내가 그렇게 한거 있지. 아... 정말 싫다." 


"알지. 정말 싫은 그 느낌. 내가 그렇게 했다는 거 자체가 싫은거잖아. 


그런데 어쩌겠어. 그럴 수 있어. 그리고 그정도로 큰 일 아니니까 너무 좌절하진 말자."








다시 드라마로 돌아와서 창희는 참 근사했다. 


자신을 깊은 내면을 돌아볼 줄 알았다. 


상대의 말을 알아들었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리고 자신을 다독였다. 


래서 나는 참 근사해보였다. 


여전히 실수에 괴로워 하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2023년 2월 21일 가훼








매거진의 이전글 그럴수록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