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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Sep 01. 2023

글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글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잘 쓰질 않는다.

일상에서 글을 쓰고 싶은 순간들이 꽤나 많다.

날이 좋을때, 좋아하는 것을 보았을때, 슬플때, 화날때, 뭔가 깨달았을때 등등 아주 작은 경험에서도 글로 표현되는 글귀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기보다 삶을 담아낸 그냥 수필을 쓰고 싶다.

그런것치고 글을 참 안쓴다.

어쩌다 큰 마음먹고 글을 써보는데 중간에 저장하고 노트북을 닫길 여러번 했다.


어쩌다 쭉 써내려갔다 다시 읽어보면 나는 말이 참 많다.

어찌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책을 읽을 땐 간결하고 힘있게 끊어지는 글을 좋아하면서도 내 글은 길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며 그러다가... 글이 너무 길어 내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닫을때가 많다.

꼭 완성해야 하는 글을 쓰려면 여러번 고치고 줄여야 한다. 

아까워 하며 삭제하는 문장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봐도 겹치는 문장들이다.


말을 고를때도 많다. 나는 내 경험과 느낌을 쓰고 싶은데 누군가 읽을 사람을 생각한다.

읽을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보다 솔직하게는 내가 잘 보이고 싶고 멋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냥 쓰면 좋겠건만 나는 그렇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글은 사람의 성격이 묻어난다더니 나는 마치기도 전에 내 성격을 묻혀버린다.


하고싶은 말이 많기도 하다.

하루를 끝마치면 남편과 재잘재잘 할 말이 많다.

정수기 온수버튼이 꺼진 이야기, 커피머신이 고장난 이야기, 엄마한테 전화한 이야기, 월세 입금이 늦어진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고도 샤워를 하거나 물을 마시거나 잠자리에 들어서도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 차있을때가 많다.

상담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면 더 하다.

혼자 간직하고 혼자 풀어가야 할 일이기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꽉차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라고 말하면서 나는 하면 안되는 말들이 많기도 하다.


뭔가 간결하고 싶다.

뭔가 표현하고 싶다.

이번엔 꼭 이 글을 마치고 싶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 지지부진 하지만 그럼에도 있는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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