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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교중 Apr 24. 2021

자가격리가 내게 준 자유로움

그러는 한 편으로 경제적 자유에 대한 고민


배가 고프고 살 곳이 필요해서 범죄를 저지르곤 자발적으로 감옥에 들어간 사람들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벌써 6일 째 집에 갖힌 신세에 있는 나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회사를 다니며 홀로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사람의 체온에 굶주렸고, 시간과 여유가 고팠다. 이제는 아내가 된 말레이시아에서 막 도착한 그녀와 함께하는 생활은 내 결핍을 채워주는 단비와 같았다.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가장 기쁜 일은 바로 스스로가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이다. 매일을 10분 단위 계획에 따라 살아가다가 그 때 그 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니 이렇게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나갈 수 없다는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플레이스테이션도 있고 넷플릭스도 있다. 함께 만들 수 있는 종이모형과 퍼즐도 준비해놨다. 집에 있는 재료로 같이 요리를 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갖혀 있으니 더 자유로워졌다는 사실 말이다. 17평 남짓한 집 안에서 두 사람과 한 마리의 고양이가 뒤엉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제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그 보다 더 자유로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보고와 결재가 없는 삶이란 너무나도 행복하다.


하지만 이러한 삶이 은퇴자의 삶, 그것도 경제적으로 여윳돈을 꽤 쌓아놓은 사람의 삶이 아닌 이상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마냥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회사를 찾아보면 다시 다닐 수 있는 곳을 찾을 수야 있겠지만, 이번 경험으로 회사라는 공간은 나와 정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는 나와 정말 잘 맞지만, 나와 회사는 정말 안 맞는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으려고 한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해보면서 남아 있는 돈이 한계치에 이를 때 까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수용하며 도전해보려고 한다. 부끄럽지만 해보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봤다.


□ 아내와 함께하는 생활 유튜브로 만들기

□ 종이모형 블로그 개설하기

□ Google Analitics/Ads 자격증 따기

□ 매일 아침 경제지와 일간지 완독하기

□ 달리기


쓰고 나니 사실 돈 되는 건 하나도 없지만 미약한 시작이 있어야 창대한 끝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텨보려고 한다. 돈이 정 급하면 살 구멍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으니 말이다.


'자유'. 참 희망찬 단어다.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라는 무시무시한 꼬리표가 따른다. 자가격리 상태가 내게 일종의 자유로움을 준 그 역설로부터 나는 자유란 일정한 테두리 안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이제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었으니 경제적 자유를 향한 행보를 이어나가야 할 때이다. 내게 주어진 한정된 자유를 최대한 활용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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