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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교중 May 26. 2021

취미를 업으로! :클래스 101강좌에 도전하다


한동안 쉬고 있었지만, 누군가 내게 취미를 물어보면 자랑스럽게 답하는 취미가 있다. 바로 종이로 마천루 모형을 만드는 일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종이에 전개도를 그리다가 빌딩을 만들면서 시작하게 된 이 취미는 어느샌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책상 위에 하나둘씩 올려두던 모형들이 점점 도시처럼 불어 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마치 그 건물들을 모두 소유한 것 마냥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자 가만히 앉아 몇 시간이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모형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사라졌다. 그렇게 본가 피아노 위에 쌓여 있던 도시에는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희뿌연 먼지가 내려앉았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본가를 떠난 지 5년째 되던 해,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집에 들러 식사를 하던 중 식탁 너머 피아노 위의 종이 도시가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회사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 어렴풋한 미소로 간신히 수저를 들던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형 만들기에 빠져들어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냈다. 그때 처음으로 '만일 퇴사를 한다면 종이모형으로 무언가를 시작해봐야지'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몇 개월의 시간이 더 흐르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더 이상은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을 무렵, 나는 '클래스 101'이라는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발견했다. 플랫폼에 들어가 보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취미를 콘텐츠로 사람들을 위한 강의를 제작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나는 이 플랫폼에서 종이모형이라는 혼자만의 취미를 사람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침내 지난 4월 퇴사라는 큰 산을 넘은 뒤, 나는 내가 직접 제작한 전개도로 만든 11개의 모형을 가지고 수요조사를 위한 강의안을 짰다. 클래스 101에서는 수요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강의 개설 여부를 확인하고 약 3개월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하나의 클래스를 내보내게 되는데, 수요조사는 그 여정의 첫 발걸음이었다.


속상했지만 수요조사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내가 적극적으로 수요조사 페이지를 홍보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200개의 '라이킷'을 목표로 하는 수요조사에서 내 결과는 18개에 그쳤다. 그렇게 나는 꿈을 미뤄둬야 하는구나 싶어 조심스레 창을 닫고는 열어보지 않았다.


※ 수요조사 페이지 링크 : https://class101.app/e/wdgb3OeHZhrZc97y5OLO


그런데 수요조사가 끝난 며칠 후, 클래스 101에서 클래스 개설 의사를 묻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나는 당연히 수요조사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싶었다. 심지어 담당 MD도 배정되었다는 내용에 마음이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가라앉은 마음에 불씨를 되살리는 데는 며칠이 걸렸다.


나는 내가 준비가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도구들을 둘러봤고 유튜브에 유사한 영상들을 검색하며 나도 저런 퀄리티의 영상을 뽑아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무엇보다도 정말 흥미롭고 유익한 콘텐츠를 클래스 구매자들께 보여드릴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해보자'였다. 대신 내게 배정되었다던 MD님의 의견이 궁금했다.


아마 수많은 다른 클래스도 담당하셨을 MD님께서는 내 클래스에 대해 확실한 수요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선보이려는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가 플랫폼 내에 없었을뿐더러 종이모형으로 마천루를 만드는 취미가 대중적이지 않은 탓도 있다고 하셨다. 다만 서울에 있는 건물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내 손으로 직접 전개도까지 제작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면 분명 수요는 있을 것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나는 MD님과의 대화 끝에 한 번 밀어붙여보기로 결심했다.


수요조사를 위한 페이지가 일종의 초안이었다면, 사전 판매용 론칭 페이지는 실전이었다. 나는 보다 다양하고 예쁜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과 최대한 매력적으로 다듬은 설명으로 론칭 페이지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MD님께서도 몇 가지 수정사항을 제외하곤 잘 써주셨다며 독려해주셨다.



내 이름을 걸고 나올 클래스 101 강좌 제작은 아직까진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의 콘텐츠를 위해 본가에 있던 모형들을 집으로 모두 옮겨놓기도 했다. 정식으로 사전 클래스 오픈이 되려면 아직 계약이 남아 있고, 계약 이후에는 사전 구매자를 위한 키트를 짜고,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 남아 있다. 커뮤니티를 관리하며 수강생들과 소통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현재는 건물 외형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 중에 있다.


어떻게 될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 삶은 언제나 모험으로 가득했다. 성공적으로 클래스를 오픈하여 새로운 모험의 성공적인 발걸음을 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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