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subway - 01
지친 몸을 이끌고 오른 지하철에서
또 다른 내가 되어 새로운 세계를 누빈다.
괴물도 무찌르고 공주도 구하고 영웅이 되는 세계.
이곳에서만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해 준다.
하지만 나는 안다.
곧 지하철에서 내려야 하고
이 세계를 떠나야 하고
고단한 현실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
구해야 할 공주도 없고
나를 지켜줄 든든한 무기도 없지만,
나를 괴롭히는 적들은 여전히 가득한 이 세상.
세이브도 없고 리셋도 없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오늘도 내 목을 조여 온다.
하지만 버텨내야지.
오늘을 버티고 살아낸 것처럼
내일도 힘내서 살아내 봐야지.
그러다 보면 게임 속의 나처럼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업을 해서
지금의 이 고단함은 아무렇지 않은 시간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