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마귀가 진실을 말할 때

김홍선 감독. 변신

by 백승권

영화 변신은 이사 후 악마를 경험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집안 곳곳, 매일 기거하는 평범한 일상의 공간 속에서 가족은 악마의 표정으로 돌변하며 서로에게 욕설을 내뱉고 비난과 멸시를 쏟으며 극단적인 폭력을 퍼붓는다. 악마는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여 혼란의 장을 창조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침묵과 무의식을 헤집어 진실의 언변과 행동을 분출한다.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바라는 것만 많은 자식새끼들. 등골 빠지게 차렸건만 주는 대로 처먹지 않는 자식새끼들. 한결 같이 다정하고 배려심 많고 선하게 웃는 얼굴을 뒤집고 남편을 향해 괴력으로 망치로 내리치는 아내(장영남), 선한 성품과 사람 좋은 웃음을 폐기하고 아내를 집어던지는 남편(성동일), 짐만 되는 동생(조이현, 김강훈)들이 나가 죽었으면 하는 언니(김혜준), 잠든 어른의 얼굴에 흉기를 들이대는 아이... 악마는 어느 날 갑자기 낡은 집에 찾아와 서로에게 깃든 게 아닌 모두의 내면 안에서 오랜 기간 웅크리고 있었다. 악마는 그저 닫힌 문을 열었을 뿐.


집이라는 공간의 강제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방이 둘러싸인 벽, 유일한 통로가 되는 문, 정체불명의 지하실, 나갈 수 없는 밤과 새벽, 이런 조건 안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 가족은 어쩔 수 없이 하나가 된다. 그토록 저주했다가 급해지니 살려달라고 요청해서 달려온 악마 대응 전문가(배성우)도 서로 같이 있어야 안전하다며 핏줄끼리의 연합과 단합을 부추긴다. 그게 붕괴되어서 당신을 찾은 건데. 애초 가족이라는 금단의 영역을 단숨에 침범한 악마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린아이의 존재마저 복제한다. 한없는 보호의 대상, 희망과 긍정을 한없이 배울 시기, 가족 구성원들의 삐걱거림에도 예외가 되었던 무지와 순수의 존재, 악마에게 예외는 없다. 그는 모두의 무장을 해제시킬 어린아이가 되어 흉기를 들고 모두 모인 가족 하나하나에게로 향한다. 인간 질서의 교란이 악마의 유희라면 어린아이를 미끼로 가족을 해체시키는 것만큼 높은 쾌락을 주는 퀘스트도 드물 것이다.


실패한 성직자는 죽음으로 대가를 치른다. 그는 국외로 벗어났어도 다르지 않은 결론과 마주했을 것이다. 악마와 대적하는 성직자들은 대부분 저주와 패배의 운명을 자처한다. 그가 사제복을 입고 십자가를 섬기는 순간부터 그의 파멸은 수순과도 같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최소한의 피해를 내려는 열의는 인상적이다. 그는 인간과 악마의 대결에서 패배하여 타인의 가족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산채로 지옥에 살고 있다. 누군갈 죽게 했다는 사실보다 악마와의 영력 대결에서 패배했다는 수모가 그를 더 괴롭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복수를 꿈꿨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링이 울렸다. 이번엔 질 수 없다. 이길 수 없다면, 같이 죽어서라도 악마가 또 승자가 되는 걸 막아야 했다. 인간의 육체에 갇혀 인간이 죽은들 악마의 자유의지를 가둘 수 있는 걸까. 십자가는 한 번에 둘을 심판한다. 사제와 악마, 그렇게 가족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인간은 단면만 노출한 채 살아갈 수 없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림자가 없는 인간이야 말로 악마로 오인받을 만하다. 하지만 결계를 완전히 해체할 수도 없다. 합의된 선을 넘는 순간, 순식간에 뉴스에 오르내리고 평생 닉네임이 붙는 키워드가 될지도 모른다. 평생 악을 짓누르고 살아가는 일만이 가장 가까운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 악마를 길들이는 일만이 나와 우리의 변신을 막을 수 있다. 내 안의 악마가 커질 때마다 뾰족한 십자가 끝으로 명치를 찌를 용기가 있어야 한다. 구마 사제나 의식 같은 건 쿠팡이 배달해주지 않는다. 악마가 가족의 입으로 진실을 말한 후에는 집의 모든 벽과 문, 창들은 다른 질감이 되어 서로를 옥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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