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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희 Jan 10. 2024

뒤라스×고다르 대화

마르그리트 뒤라스, 장-뤽 고다르 지음 / 신은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마르그리트 뒤라스, 장-뤽 고다르 지음 / 신은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대담 기사 읽기를 즐긴다. <씨네21>에도 다양한 기획의 대담 기사가 실리는데 보통의 인터뷰와 대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의 점으로 대화가 모이지 않고 목적 없이 넘실대는 말의 틈새에서 저마다의 진의를 파악하는 재미? <뒤라스X고다르 대화> 장뤽 고다르,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작품 세계를 구축한  성사된 만남에서의 대화를 글로 엮어낸 것이다. 1997, 1980, 그리고 1987 세번에 걸쳐 진행된 뒤라스와 고다르의 대화는 서로의 작품 세계를 염탐하듯 시작한다.


뒤라스와 고다르 모두 연출자이기에 각자의 최신작에 대한 소회로 문을  대화는 점차 물감이 강물에 퍼지듯 마구잡이로 확대된다.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견해 차이를 거쳐 영화와 텔레비전, 당시 활동 중이던 다른 예술가들의 근작에 대한 소회, 문화와 대중에 대한 견해, 영화 이미지 재현의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대화는 파편처럼 이리저리 튄다. 가식적인 존중과 배려보다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예술성이  대화의 백미인데, 아래의 문장이 뒤라스-고다르의 대담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옮긴다. “콜레트 펠루스는 <오세아니크> 프로그램 녹화 중에, 그들이 미소 또는 침묵 속에서 ‘말하지 않음으로 서로 연결되거나, 수줍음 혹은 오만함, 망설임 혹은 열광을 가로질러  뒷면에서 대화하는  보았다.


그들은 더이상 ‘일자 ‘타자 아니라, 사라지다시피 했으며, ‘그들의 만남 남았다고 회상했다.”(106) 뒤라스의 소설을 읽지 않고, 고다르의 영화를   없는 독자에게도 둘의 대화가 흥미롭게 읽힐까? 물론이다. 그러나  책은 글로 이뤄져 있음에도 종종 영상을 떠올리게 하고 이미지를 찾아보게 만든다. 길고  주석이 이해를 돕지만 대화를 엿듣다 보면 언급된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로써  대화는 한층 풍성해지고 독자는 객석이 아니라 무대   사이에 앉게 된다. 텍스트의 표면을 넘어 당대의 환경과  예술가의 작품 등의 맥락을 잡는다면 진의에 가까워진다. 견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가 서로의 선을 마구잡이로 넘나들며 오해하고 충돌하며 교차점을 찾는 대담의 묘미. 그래, 대담이란 이렇게 재미난 것이었다.


책속에서

고다르: 우리는 조금은 적대적인 형제와도 같군요,  잘못일 수도 있지만. 저는 글쓰기를 증오하거든요. 글쓰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오는 순간을요. 글쓰기는  그렇습니다. 당신의 경우, 만일 글이 없다면, 글이라 불러야 할지 텍스트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뒤라스: 나는 쓰여진 것이라 부르지, 텍스트 또는 쓰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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