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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희 Feb 01. 2024

읽을, 거리

김민정 지음 난다 펴냄

읽을, 거리

김민정 지음 난다 펴냄


주의 사항이 있다.  책은 버스나 지하철 혹은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종종 주체할  없이 눈물이 터져나올  있기 때문이다. ‘ 사람 오늘 실연당했나봐혹은 ‘가족 중에 누가 죽었나싶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틀린 추측은 아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의 일기임에도  책에는 김민정 시인을 둘러싼 죽음과 헤어짐, 만남의 설렘이 쓰여 있다.


난다의  시리즈 ‘시의적절 첫권 <읽을, 거리> 일기 형식처럼 11일부터 31일까지의 , 에세이, 인터뷰 글이 묶여 있다. 11일은 후배와 만나서 술을 마시다 들은 음악에 대한 짧은 생각, 13일은 작가의 친한 동생이기도 했던 코미디언  박지선의 인터뷰가 차례로 독자를 반긴다. 시리즈 ‘시의적절 시인들이  맡아 자유롭게 글을  예정인지라 <읽을, 거리>에도 김민정 시인이 만난 사람, 그가 겪은 이별과 가벼운 에피소드 등이 묶여 있다.  시인의 한달이어야 했을까.

김민정 시인이  허수경 시인을 기리는 111일의 시를 읽으면 설핏 이런 생각과 함께 울게 된다.


오늘 의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는다지만 그것도  ,/ 아무도 장담할  없다고 하더라./ (중략) 요즘 쓰고 있는 작은 시집이 있는데/  책은 네가 내주어야겠다.”


그리고 116일의 에세이, 1990년에 처음 읽었던 최승자 시인의 산문집을 재출간하고 싶어 2014년에 무작정 최승자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던 편집자 김민정이 그로부터 5  어느 아침 최승자 시인에게 받은 답신은 어딘지 거짓말 같아서, 시인의 일상에는 시적인 일만 일어나는구나 싶어진다. 시인의 눈을 통해  하루하루는 하염없이 정답고도 다정해서 읽는 사람조차 시인으로 살고 싶어진다. 사람과 사랑을 아는 이라면  책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존경하는 선배 시인, 아꼈던 후배와의 이른 사별을 기록하고, 내일은 다시 책을 짓고 시를 읽으며, 낡은 마음과 새로운 눈으로 시를 마주했던 사람이 정성껏   깨끗한 읽을거리를.


173쪽

“사랑하는 것이 꼭 해내야만 하는 숙제입니다.” 살아가는 것과 사랑하는 것.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이 화두가 평생 내 숙제임을 안고 파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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