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지음 난다 펴냄
읽을, 거리
김민정 지음 난다 펴냄
주의 사항이 있다. 이 책은 버스나 지하철 혹은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종종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 오늘 실연당했나봐’ 혹은 ‘가족 중에 누가 죽었나’ 싶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틀린 추측은 아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의 일기임에도 이 책에는 김민정 시인을 둘러싼 죽음과 헤어짐, 만남의 설렘이 쓰여 있다.
난다의 새 시리즈 ‘시의적절’의 첫권 <읽을, 거리>는 일기 형식처럼 1월1일부터 31일까지의 시, 에세이, 인터뷰 글이 묶여 있다. 1월1일은 후배와 만나서 술을 마시다 들은 음악에 대한 짧은 생각, 1월3일은 작가의 친한 동생이기도 했던 코미디언 고 박지선의 인터뷰가 차례로 독자를 반긴다. 시리즈 ‘시의적절’이 시인들이 한‘달’씩 맡아 자유롭게 글을 쓸 예정인지라 <읽을, 거리>에도 김민정 시인이 만난 사람, 그가 겪은 이별과 가벼운 에피소드 등이 묶여 있다. 왜 시인의 한달이어야 했을까.
김민정 시인이 고 허수경 시인을 기리는 1월11일의 시를 읽으면 설핏 이런 생각과 함께 울게 된다.
“오늘 의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는다지만 그것도 몇 달,/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더라./ (중략) 요즘 쓰고 있는 작은 시집이 있는데/ 그 책은 네가 내주어야겠다.”
그리고 1월16일의 에세이, 1990년에 처음 읽었던 최승자 시인의 산문집을 재출간하고 싶어 2014년에 무작정 최승자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던 편집자 김민정이 그로부터 5년 후 어느 아침 최승자 시인에게 받은 답신은 어딘지 거짓말 같아서, 시인의 일상에는 시적인 일만 일어나는구나 싶어진다. 시인의 눈을 통해 본 하루하루는 하염없이 정답고도 다정해서 읽는 사람조차 시인으로 살고 싶어진다. 사람과 사랑을 아는 이라면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존경하는 선배 시인, 아꼈던 후배와의 이른 사별을 기록하고, 내일은 다시 책을 짓고 시를 읽으며, 낡은 마음과 새로운 눈으로 시를 마주했던 사람이 정성껏 쓴 이 깨끗한 읽을거리를.
173쪽
“사랑하는 것이 꼭 해내야만 하는 숙제입니다.” 살아가는 것과 사랑하는 것.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이 화두가 평생 내 숙제임을 안고 파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