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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굴작가 Dec 13. 2020

인스타그램을 지우고 브런치를 시작하다

이런 시시콜콜한 걸 왜 남과 공유하지?
좋아요와 해시태그는 또 뭐하러..?

4년 전, 인스타그램이 한창 뜨기 시작할 때 처음 인스타그램을 깔았다. 친구 추가를 하고 몇몇 포스팅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남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고, 좋아하는 연예인과 소통할 수도 있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점심 메뉴는 왜 올리며, 대체 해시태그는 왜 20개씩 다는 거야? 결국 다 좋아요를 위해서 하는 행동인 것 같은데.. 좋아요 받으면 누가 상이라도 주는 건가? 인스타그램이 왜 이렇게 먹히는지 나 같은 아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첫 포스팅은, 결혼 준비를 하며 남편 정장을 사러 간 곳에서 찍은 셀카였다.

솔직히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남들 다 하니까 하긴 해야겠고.. 좋게 생각하면 마침 나는 결혼을 준비 중이니까 결혼 소식을 알리기엔 또 좋은 수단이었다. 너무 관종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꾸안꾸 스타일로 있어 보이게 올려야지. 남편이 정장을 입으러 간 사이, 거울에 비친 기다리는 내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문구를 남겼다.

"결혼 준비 @waiting @PALZILERI"


업로드를 하고 나니 왠지 두근두근. 갓 데뷔한 신인이 대중의 평가를 기다리는 듯, 뭔가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설레는 기분이다. 좋아요 알람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결혼하느냐고 축하한다는 댓글도 달린다. 그때부터 휴대폰을 놓을 수가 없었다. 좋아요의 맛을 알아버렸다.

30분쯤 지났을까. 친한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언니. 해시태그 #야 @가 아니고. 으이그."


어설픈 첫 포스팅 후, 나는 청첩장 모임 사진도 올리고 셀프 웨딩 사진도 올리며 나름 재미를 알아갔다. 그러면서 팔로우하는 친구도 늘었고, 회사 동료들과도 인스타 친구가 되었다. 결혼 후 큰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나는 그저 남들의 포스팅을 들여다보았다. 짬만 나면 인스타그램을 켰다.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도, 업무 중 잠깐 쉬는 타임에도, 밥 먹을 때도, 퇴근하는 길에서도, 퇴근 후 집에서 뒹굴 거릴 때에도. 어느새 인스타그램은 내 시간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었다. 가끔 포스팅을 올렸을 때는, 자기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내 포스팅에 얼마나 많은 좋아요가 있는지 확인했다. 좋아요 수가 저조하면, 다른 친구들 포스팅에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그러면 그들은 품앗이하듯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하면 할수록 왠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남자 친구한테 선물 받은 샤넬 가방, 몰디브 럭셔리 풀빌라로의 느긋한 여행, 예쁜 컵케이크 디저트가 유명한 카페, 새로 장만한 값비싼 가구들, 다이어터들의 복근 자랑..

내가 제일 잘 나가

인스타그램은 관종의 천국이었다. 소소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순수한 친구들도 물론 있지만, 관종들의 화력은 너무나 세서 그들의 포스팅 수와 빈도는 다른 이들을 압도했다.

그들에 비해 나의 일상은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였다. 집-회사뿐인 일상, 만나는 사람은 가까운 몇 명. 늘 가는 단골 집. 그들의 화려하고 있어 보이는 것들이 피드를 채울수록 부러움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변해있었다. 또 인스타그램을 의식해서 일상을 계획했다. 인스타에 올릴 수 있을 만한 맛집을 찾고, 괜히 화장도 신경 써서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상"을 만드는 나 자신. 주객이 전도된 듯한.. 찝찝한 느낌이었다.


또 친구들이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할수록 궁금하지 않은 그들의 육아일기가 내 피드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나는 연예인이나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팔로우했고, 그러자 이번엔 광고들이 내 피드를 점령했다. 기가 막히게 내가 관심 가질 만한 것들을 광고하고 나는 지갑을 열었다.



인스타그램, 우리 거리를 좀 두자

궁금하지 않은 남들의 일상과 광고로 내 틈새 시간을 점령해버린 인스타그램. 이제는 재미보다 피로함이 더 커져버렸다. 4년간 내가 인스타그램에 소비한 시간 대비..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적당히 친한 친구들이 뭐하고 사는지 알게 되었고, 가끔 안부 묻기 좋았다. 근데 그뿐이었다.  좋아요 눌러주고 댓글을 써준 만큼 친구가 늘었다고 할 수도 없다.


나에게 필요한 건 좀 더 솔직한 소통이다.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 욕망과 비교의 공간, 부러움을 받고 싶고 계속 남과 비교하는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관심 중독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인스타그램을 내 일상에서 빼기로 했다. 남들을 쳐다보는 대신에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포장하고 필터링하는 대신, 내 관심사와 그 대한 솔직한 생각을 공유하는 진정한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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