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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심 Dec 18. 2018

1장. 이 닦이다가 도 닦을 뻔한 사연(엄마 육아)

육아특별시

< 1장. 이 닦이다가 도 닦을 뻔한 사연 >

   



  자기 전, “세민아, 이제 이 닦고 자자.” 이 말만 내뱉으면 그토록 눈부시게 어여쁘고

 아름답던 우리 4살 아이가 작은 헐크로 변한다.

이를 안 닦으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딱딱한 바닥이 마치 푹신한 침대라도 되는 듯

바닥에 벌렁 누워 두 팔과 두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요란한 배영을 시작한다.

때 쓰는 그녀의 고운 자태는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된다.

“꺅꺅꺅.” 돌고래의 고음을 시원하게 한 곡조 능숙하게 뽑아주며

내 바지를 잡고 내려 팬티까지 보이기 일보 직전까지 내린다.

그러면 나의 눈동자를 흑요석처럼 까만 눈동자보다

얼음처럼 차가운 흰자가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

돌아간 눈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우는 아이에게 “쓰읍, 떽.”이란 정체모를 랩을 내뱉으며

나 또한 윽박지르며

엇박자의 고막 테러를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은 억지로 안고 들어가 아이의 이를 닦는 건지 내 땀을 닦는 건지 모를

 고된 이 닦기를 시행한다. 그렇게 대충 열심히? 이를 닦여주고 나오면

지쳐서 잠이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면 또 혼자 새벽 감성에 나름 센티해져 혼자 자는 아이를 붙들고

“미안해. 사랑해.”를 외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베개에 내 흐르는 침으로 영역표시를 하며 잠이 든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도 지치고 아이도 지치고

제대로 이도 못 닦이고 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이를 닦기 싫어하는 그 시점에

내가 내린 조치는 바로바로바로.....

 내가 입안의 세균 역할을 맡는 것이다. 간단하다.

내가 아이의 입안의 세균과 일심동체를 하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어설픈 야매 세균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진정한 세균이 되어야 한다.

내 온몸 세포, 털끝 하나도 모두 세균으로 무장하고 연기를 시작해야 한다.

목소리 톤도 세균처럼 날카롭고 징그럽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통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 : “이 닦기 싫어. 안 해.”


 엄마 : “흐흐 흐흐흐. 나는 너의 입속에 사는 세균이야.

계속 그렇게 엄마한테 싫다고 말해.  

그래야 내가 너의  이를 갉아먹지. 크크크크 크.”


 아이 : “으으응~ 안 할 거야.”


 엄마 : “그래, 그렇지~! 그렇게 해야 네가 이를 안 닦지.

그럼 내가 니 입속에서 포근히 잘 수 있고 너의 이를 먹으며 살 수 있어.

엄마한테 더 큰 소리로 울면서

 이 안 닦을래라고 말해!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울고 싫다고 때 쓰던 아이가 갑자기 콧물을 쿨하게 슥슥 닦더니

 슬며시 일어나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와

자그마한 두 손을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이 : ”엄마아~. “    


이때 꼭 다시 엄마로 돌아와야 한다.

세균 역할에 심취해서 다시 눈을 부라리며 세균처럼 대답해서는 안된다.

 최대한 온화한 표정으로 이 세상 얼음은 다 녹일 듯이 최선을 다해

따뜻하게 대하며 대답하자.   

 

엄마 : ”왜 우리 아기? “

아이 : ”있잖아........ “    


아이가 몸을 베베 꼬며 말을 무한히 뜸 들여도 참아야 한다. 우리는 엄마이니까.   

  

엄마 : ”그래 뭐? 말해봐 다 들어줄게.”

아이 : “있잖아 항. 세균 물리쳐줘.”    


나는 너무 기뻐 입술이 한쪽이 삐딱하게 올라가고

눈썹이 지렁이처럼 꿀렁거렸지만, 한 번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  

  

엄마 : “그래? 엄마가 양치해서 세균 물리쳐 줄까?”


   



그리하여 그때부터 스스로 양치를 하게 된 우리 세민이

. 그런데 이게 끝인가? 그럴 리가 없다. 세상엔 쉬운 일이 없다.

 칫솔을 오른쪽 치아 쪽으로 밀면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면서

 “꺄악. 세균 죽네~!”라고 외쳐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오버에 오버하면서.

당연히 칫솔을 왼쪽으로 하면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엄마야. 세민아~ 엄마 보고 이 그만 닦아라고 해!!!.”

라고 세균처럼 외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우르르 풰 하고 헹군 물을 뱉을 때

약간의 음식물 찌꺼기가 나오면 온몸을 펄쩍 뛰며 말해야 한다.

“저것 봐. 세균이 입안에서 나왔어!.”



한 번 시도해보시길!


자, 엄마들은 오늘도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하하하.    


feat) 부작용 : 양치할 때마다 징그러운? 입속 세균이 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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