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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아 Dec 30. 2022

특별한 날을 보내는 평범한 방법

무신사 레이지나잇 뉴스레터 <달링>


생일만 되면 싸우는 사람


안녕하세요, 룬아입니다. 내일이면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달링에게 크리스마스란 무엇인가요? 대단한 의미를 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인 것만큼은 틀림없어요. 온 세상이 환하고 따뜻하고 우아한 행복에 젖어 오래전 누군가가 지정한 이날을 축하하죠. 아이들은 산타가 어떻게 집에 들어와서 어떤 선물을 놓고 가실까 하는 호기심과 설렘에 도무지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요.

(중략)


기념일이란 참 묘해요. 유의미한 사건이 있던 날을 기억하고 축하하자는 것뿐인데 마음이 제멋대로 들떠요. 서프라이즈 같은 것이 있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더불어 여느 날보다 더 행복하고 충만하게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안타깝게도 남편은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12월 25일이나 26일이나 다를 게 무엇이냐는 거예요. 본인 생일을 축하받는 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반면 저는 ‘365일 중 내가 주인공인 단 하루인데!’라는 입장이었고요. 그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죠.

이러니 얼마나 다퉜겠어요? 우리의 첫 기념일 싸움은 사귄 지 100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다음 매년 생일, 정확히는 ‘제' 생일이었죠. 



엎드려 절받기면 어때 나만 좋으면 됐지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남편은 여전히 기념일에 의미를 두지 않고, 저는 소소하게나마 기억하고 축하하는 행위가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만난 지 15년이 넘은 지금, 선물을 주네 안 주네 하고 싸우진 않아요. 제가 기대를 저버렸냐고요? 아뇨. 여전히 생일은 중요하지만 저의 일방적인 기대감 때문에 기념일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은 싫었어요. 그래서 몇 해 전부터 룰을 만들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서로 현금(금액은 자유) 주기, 케이크 사서 불기, 손 편지 쓰기. 딱딱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고민거리가 사라진 남편은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한두 해 실천하다가 작년에는 제가 호캉스를 보내달라고 했어요. 워킹맘이 된 이후 가장 절실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과 질 좋은 수면이었거든요. 남편은 흔쾌히 그랜드 하얏트의 스탠더드 룸을 예약해 주었고, 저는 그다지 받고 싶은 것이 없는 그에게 현금을 입금해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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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뉴스레터는 매주 금요일, 무신사 플랫폼 '레이지나잇'을 통해 발송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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