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레이지나잇 뉴스레터 <달링>
안녕하세요, 룬아입니다.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편지를 보내네요. 달링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리추얼 같은 것이 있나요? 저는 딱히 없지만 올해는 사주카페에 들러봤어요. 마침 사무실 앞에 친구가 추천해 준 곳이 있었거든요. 대략 15분 정도 되는 종합 풀이에 5만 원이나 지불하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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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사주카페를 다시 기웃거리게 된 이유는, 올해가 꽤 기억에 남을만한 해였기 때문이에요. 맨 처음 보내드렸던 [달링]에서도 얘기했지만, 오랫동안 기다린 일들이 드디어 꽃을 피운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좋은 얘기를 한껏 기대하고 나이가 지긋한 점쟁이 앞에 앉았습니다.
올해부터 삼재야. 힘들었겠네.
네? 전 아주 좋았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니야. 일도 너무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았겠는데.
일을 많이 하긴 했지만 오래 기다렸던 일이고, 일이 많으면 스트레스도 많을 수밖에 없죠.
그렇게 일하고 돈을 못 벌었잖아.
아, 그렇게 따지면 내내 일하고 11월부터 벌기 시작했네요.
삼재보다 강한 나
예상과 전혀 반대의 풀이에 놀랐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점쟁이의 말이 틀리지 않더라고요. 봄에 탈고한 브랜드 북은 여태껏 출간되지 않았고, 여름에는 인터뷰이 섭외가 연이어 무산되는 바람에 마음만 바쁘고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수개월을 보냈어요. 컨설팅을 시작한 가을에는 과로 진단을 받고 번아웃이 올 뻔도 했죠. 드디어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벌써 연말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던 거예요.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라는 표현, 많이 하시죠? 힘든 일은 좋은 일과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봄에 새 인터뷰집을 계약했고, 여름에는 신뢰하는 파트너와 협업을 시작했고, 가을에는 이 시대의 빅 브랜드 무신사 레이지나잇과 손을 잡았는걸요. 브랜드 북 출간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예정이고, 며칠 전에는 그토록 꿈꾸던 토크 진행도 해봤어요. 무엇보다 더 깊어질 뻔한 번아웃을 초기에 잡은 저의 예민함이 참으로 고마웠답니다.
점쟁이와 나눈 대화를 곱씹으면서 이제는 사주를 보러 다닐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듦을 힘들게 느끼지 않고, 대운을 하늘에서 떨어진 복으로 여기지 않으니까요. 그 대신 나를 지나는 사건들을 하나의 연결된 과정으로 봅니다.
삶은 농사와도 같아요.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 있고, 수확하는 계절이 있고, 잠자코 에너지를 충전하는 계절도 있을 거예요. 벼나 보리와 같이 일정한 주기가 아닐 뿐이죠. 10년 동안 뿌린 씨앗을 한순간에 모두 거둘 수도 있고, 짧은 겨울잠을 통해 새로운 싹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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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뉴스레터는 매주 금요일, 무신사 플랫폼 '레이지나잇'을 통해 발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