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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구 Feb 20. 2020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통해 본 너, 나, 그리고 관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도대체 무슨 책일지 궁금했다. 난 책을 구매할 때 제목을 많이 보는 편이다.

제목을 보고 서점에서 책의 한 두 챕터의 일부를 읽어보고 구매할지를 결정한다.

특이한 제목이었지만 클럽에서 결정되었으므로 아무 망설임없이 구매해서 챕터 1을 읽어나갔다.


책은 생각보다 매우 재밌었고 다양한 내용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주로 배움과 간접 경험, 그리고 또 다른 생각들을 위해서인데

각 챕터의 에피소드들은, 내가 나의 다른 생각과 연결시켜

또 다른 나의 생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재료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나의 생각의 재료가 되어 준 4개 챕터를 선택하여

또 다른 나의 생각과 연결하여 블로그 글을 작성해볼까 한다.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크리스티너는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가 없다.

그래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2/12(수), 나의 턱관절장애로 인해 약 2년여만에 다시 턱이 빠졌고 이 책을 그 뒤에 읽었다.

턱이 빠졌을 때 보이는 증상은 사람마다 다른데, 일부는 입을 벌리지를 못하고

어떤 사람들은 입을 닫지를 못한다.

신기하게도 내 경우에는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며, 말도 할 수 있다.

단 얼굴 근육을 움직이면 아프고, 웃어도 아프고, 몸을 뒤로 기대거나 누우면 아파서 누워서 잘 수가 없다.

지난 며칠간은 누워서 잘수가 없어서 앉아서 잤기 때문에

밤마다 Economy석에 앉아 10시간을 비행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없어서

안아픈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진통제 없이는 견디기가 힘든데도 말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보이는 것이 다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결정하고 살아간다.


나, 보이지 않는 것을 늘 고려하고 있는가?



#매들린의 손


매들린은 60세의 여성이며, 뇌성마비로 인해 태어날 때 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그녀의 손은 조사 결과 약간의 경련과 무정위운동증이 보일 뿐, 감각능력에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모든 것을 대신 해준 메들린은

스스로 손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의료진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식사를 먹여주지 않고 대신 식사를 그녀의 옆에 두는 훈련을 반복한다.

배가 고파진 그녀는 스스로 손을 뻗어 도넛을 집기에 이르고,

그녀는 스스로 손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람과 동시에 본인 손에 대한 컨트롤 능력을 점차 향상시켜 나간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60이 넘어서야 겨우 늦게 손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예술성과 뛰어난 인지감각이 결합하여

아주 멋진 맹인 조각가로써 해당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인지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능력을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중요한 전환점은 본인을 믿는 것이다.

내가 손을 뻗어 스스로 도넛을 집어 먹을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는 것 뿐 아니라, 젓가락질도 할 수 있음을 알고 연습하는 것이다.


나, 내가 살려야 할 나의 잠재력을 살리고 있는가?



#수평으로


맥그레거 씨는 늘 몸을 기운인 채로 걷는다. 93세지만 막 70을 넘긴 것처럼 보이는 건강한 노인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중심에서 20도나 기울어져 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으나, 막상 본인은 본인이 기울어진채로 걷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렇게 얘기한다.


"보세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마치 자처럼 반듯하게 걷지 않습니까?"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공통의 기준과 일반적으로 통하는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종종 우리는 이 공통의 기준에 반하는 생각을, 어쩌면 고집을 가지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내 생각이 20도 기울어졌다고 하는데

나만 내 생각이 0도이고, 이게 기준이라고 말하는 적은 없을까?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나 조언에 귀 기울이고 있나?


나, 0도인가?



#익살꾼 틱 레이


레이라는 틱 증상을 가진 환자는 똑똑했고, 강인한 성격을 갖고 있었고, 뛰어난 음악성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틱을 치료하기 위해 할돌을 투여받고, 그의 놀랍고 즉흥적이던 재즈드럼 실력은 어느정도 잘하는 재즈드러머의 수준으로 주저앉고 만다.

비록 그의 주중 직장생활은 안정을 찾았지만 말이다.

이에 담당의였던 올리버와 상의를 하고 레이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주중에 일할 때는 할돌을 투여받고, 주말에는 할돌없이 원래의 틱이 있는 레이와 슈퍼 재즈 드러머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두 명'의 레이가 생겨났다. 진지하고 차분한 weekday 레이와 경박하고 열정적이며 영감에 가득찬 weekend 레이 말이다.


우리 삶은 끊임 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최근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느 한 순간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그러니까 절대로 남 탓하지 말아라!"


레이는 정상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주중에 할돌투여를 선택했고,

좀 더 스스로 자유롭기 위해 주말엔 틱이 있던 원래의 레이, 자유로운 자아를 선택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누구를 위해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는가?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위해 선택하는가?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선택을 하는가?


나, 스스로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나?



최근 4달간 트레바리를 통해 평소 읽기 어려웠던 인문학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즐거운 경험이었고, 특히 마지막 책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재미있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번 트레바리 모임이 나의 인문학 창문을 활짝 열어준 것을 확신한다.

이제 열린 창으로 더 많은 인문학 도서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몫으로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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