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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구 Feb 25. 2020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위기를 기회로, 삶을 되돌아보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초반에 잘 매니징 되는 것 같던 상황은 2020년 2월 18일을 기점으로

6일만에 확진자 수가 800명을 돌파하며

순식간에 컨트롤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 추이. 출처=뉴스1


이 과정에서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고 증시는 폭락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오르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순식간에 동이났다.

2/24일을 기점으로 온라인 장보기는 제품품절로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2/24(월)을 기점으로 많은 회사들이 자발적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시작했으며

구글 역시 업무 성격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였다.

구글의 경우는 다행히도(?) 이미 원격근무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터라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학원들까지 

상당수 임시로 문을 닫거나 개강/개학을 연기하면서

일을 하는 학부모들은 매우 어려운 혹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난리이고, 특히 장보기에 사재기까지 시작되면서

전쟁이 나면 이런 (혹은 더 심한) 상황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하지만 희망을 보았다.

확진자수가 가장 많았고 도시가 거의 임시적으로 황폐화되어버린 대구에서

사람들이 서로 돕고 희망을 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민정 씨가 택배기사님께 힘내라며 남겨둔 메시지와 마스크. 출처=네이버 카페 '경산맘들모여라'

어떤 대구의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한달치 월세를 받지 않기로 하고,

문을 닫게 생긴 어떤 식당의 식재료를 SNS에서 사람들이 몽땅 사주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시는 택배 기사님들께 전하는 온정의 마스크와 간식들이 전달되기도 하였다. (기사 링크)


이런 미담들을 접하며, 우리 세상은 엉망이지만 아직 살만하고

우리 한 명 한 명이 동참할 때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혼돈의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짧고 굵고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쁜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전 직장을 다닐 때 퇴사를 결심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세 살 때였는데, 업무량이 너무 많아

아이가 자는 이른 아침 출근하고, 밤 늦게 돌아오면 아이는 항상 자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7시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딸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낯선 사람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치며 펑펑 울어댔다.

그 날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 때 퇴사를 결심했고, 실제로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이 시기는 우리가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나에게 진짜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것이 비록 강제적으로 주어졌더라도 말이다.



둘째,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실행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2020년을 살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하철에서는 100명 중 99명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이다.

뉴스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모두가 디지털 기기를 들고 산다.


이에 구글에서는 Digital Wellbeing을 위해 자신의 휴대폰 사용량을 알 수 있는 기능을

안드로이드 P를 기점으로 2018년도부터 도입했으며

'패밀리 링크'라는 기능을 통해 부모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량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필자 본인 역시도 dashboard를 통해 사용량은 확인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것에는 늘 실패하고 있다.

(디지털 웰빙 기능으로 Android 휴대전화 사용 시간 관리하기 링크)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출퇴근 시간 2시간이 사라졌으나

집에서 하루종일 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잠시 쉬며 아날로그적으로 종이로 된 책을 읽거나

딸아이와 레고를 가지고 함께 몸을 비비며 노는 것이

오히려 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하루에 단 몇 시간이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셋째,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할 기회로 삼는 것이다.

첫째항목에서 이미 가족에 대해서는 다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친한 친척들.

그리고 내 주변의 친한 친구들과 동료들.

그들을 돌아보고 감사할 때가 아닐까?


유치원이 셧다운되자 곧 친구들과의 단체대화방에 채팅이 곧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보지?"

"맞벌이해서 애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 공동육아할까?"


듣던 중 이렇게 반가운 소리가 없었다!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내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와 동료들.

그들이 없다면 내가 세상을 살 맛이 날까? 재미가 있을까?


고마운 마음, 감사한 마음이 들며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렇다. 학교가 2주나 개강이 미뤄져도.. 힘들겠지만 나에겐 의지할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이 부분이 해외에 수년간 살면서 가장 그리웠던 부분이고

나를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만든 결정적 계기 중 하나였다.


--

지금은 누가 잘못했는지 서로 탓을 하기 보다는, 이념을 따지기 보다는

함께 힘을 모아 협력하고,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야 할 시기이다.

대구에서 많은 시민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며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처럼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면 이 시기를 좀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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