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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Oct 01. 2024

5세트 접전 속 부키리치의 활약과 숙제

아무리 부키가 애기지만 공격도 시키고 리시브도 시키고 이것도 저것도..

나는 이소영을 좋아하지만 정관장에서 IBK로 이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관장 팬으로서 약간 먹튀아니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 칼텍스에서 정관장으로 이적 후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는데 제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다시 팀을 옮기다니. 어쨌든 팀을 옮긴데는 여러 사정들이 있는 법일테니 서운함 이상의 얘기를 하는 것은 선수에 대한 실례다. 


게다가 부상으로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런가 소영의 팬덤도 좀 줄어든 것 같다. 올해는 건강하게 잘 경기를 치렀으면 했는데 오늘 보니 어깨가 아직 다 낫지 않은 모양이더라. 경기 중에 잠깐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보이고. 건강하게 완쾌되었으면, 그리고 수비 잘하는 모습도 든든하지만 에어 소영의 시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날아라 소영. 


오늘은 정관장 팬으로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째 이소영의 얘기부터 하고 말았다. 그나저나 이번 컵대회는 우연인지 실력인지 흥국생명과 아란마레 전을 제외하고 3경기가 모두 5세트까지 가고 말았다. 도대체 이번 V리그는 얼마나 재미있으려고 그러는 건가. 매 경기마다 5세트씩 긴장하면서 보노라면 더 빨리 늙는 거 아니야, 온갖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지만 확실히 재미가 늘은 건 사실이다. 


경기는 3:2로 정관장이 이겼다. 부키리치가 리시브를 받아가면서 무려 31득점을 했고 메가가 22점, 이소영과 팀을 바꾼 표승주가 13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선 범실이 너무 많았다. 부키 9, 메가 10개로 번 점수를 많이 까드셨다. 게다가 정호영과 박은진은 5점과 7점 밖에 올리지 못했다. 염정 속공과 염박이동은 몇 번 보이기는 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경우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미들이 안 보였다. 


포지션 운영 상 부키가 리시브를 받게 되었는데 하도 부키한테 목적타 서브가 밀려드니 부키가 흔들리면 수습이 안됐다. 영리한 염혜선 조차 미들을 이용하지 못하자 공격 패턴이 단순해졌다. 부키의 점수와 범실 갯수만 봐도 얼마나 부키에게 몰렸는지 알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부키가 잘 막았다는 거다. 도공에 있을 때 가장 잘하던 모습은 오늘의 모습 절반에도 못 미쳤을 거다. 


1세트는 메가가 펄펄 날면서 기분좋게 시작했다. 1세트의 메가는 여유로웠고 자신만만했고 안되는게 없었다. 연이은 밀어치기 공격으로 상대를 열받게 했고 부키의 블로킹이 빅토리아를 막아주면서 정관장은 큰 어려움 없이 25:20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배구는 참 이상한 게임이다. 1세트에서 펄펄 날던 메가가 2세트에서 이소영에게 한 번 막힌 이후로 공격이 터지질 않았다. 이소영 블로킹 이후 박미희 해설위원이 분위기 반전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을 때 아니, 그거 한 번 막혔다고 메가가 기가 죽겠소? 라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4점 가량 정도를 꾸준히 앞서던 정관장은 이소영이 메가의 백어택을 잡아 17:16이 된 다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강공이 터졌고 염혜선의 토스 범실로 실점, 표승주가 연타로 한 점 추격했으나 이소영이 푸시로 득점, 메가의 공격을 이소영이 또 블로킹, 빅토리아의 대각선 푸시, 정관장의 포히트로 실점, 염혜선 정호영 속공이 또 이소영에게 걸리면서 세트 포인트, 메가의 마지막 공격이 벗어나면서 25:18로 IBK가 경기를 뒤집었다. 


3세트는 1점씩 주고받는 형태로 9:9까지 갔으나 이후 한 점, 두 점 차이를 벌리며 정관장이 앞서 갔다. 부키리치가 부지런히 움직였고 박은진 - 염혜선 - 부키로 이어지는 대각선 공격이 크게 터지면서 먼저 세트포인트에 올랐다. 그런데 여기서 메가가 서브를 넣는데 갑자기 내 속에서 제발 범실하지마,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와 동시에 메가의 서브가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니 제발 나오지 말라는 범실이 여기서 나오다니. 24:23에서 부키 두 번 공격, 육서영 공격, 빅토리아 공격으로 랠리가 이어졌으나 박은진의 블로킹으로 25:23, 3세트가 끝났다. IBK에서 넷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다행히 넷터치가 아니었다. 


4세트. 7:7까지 동점이었다가 육서영(오늘 잘했다)의 강공과 푸시가 먹히고 이주아의 기막힌 디그, 빅토리아의 백어택, 황민경의 다이렉트, 다시 육서영의 터치아웃 공격이 나오면서 9:16으로 점수가 벌어졌다. 아이고, 5세트로 가겠네, 이건 우연이냐 실력이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서브 요정이 등장했다. 14:17에서 신은지의 서브가 엔드라인 안쪽에 떨어진 것이다. 이 때를 시작으로 정관장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선우가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빅토리아의 공격 범실, 황민경의 공격이 이선우 블로킹에 막히고 부키리치의 공격이 연속 터지면서 21:17로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5세트 안가도 되겠네, 약간 마음을 편하게 먹기 시작했는데.


그러나 빅토리아가 연속 12득점을 저지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IBK로 넘어왔다. 빅토리아의 강공이 먹히고 황민경의 블로킹, 이주아 이동 공격이 성공하면서 연속 6득점으로 21:23을 만들었다. 메가가 한 점을 보태 22:23, 빅토리아가 직선 백어택으로 22:24 세트스코어를 만들고 부키에게 한 점을 내줬지만 다시 빅토리아가 중앙에서 백어택으로 정관장 코트를 찢으면서 경기는 5세트로 끝내 가고 말았다. 


5세트는 뭐, 정관장이 상대방 범실 등으로 행운을 얻은 데다가 드디어 안터지던 정호영의 블로킹이 폭발하고 마지막 부키의 공격이 IBK 코트 엔드라인을 밟고 나가면서 15:11로 끝났다. 


부키리치는 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다만 리시브 부담을 얼마나 줄지 이걸 잘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메가는 원숙해졌다고 할까. 다만 정호영과 박은진의 미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오늘처럼 힘들게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염혜선 + 두 사람의 공격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정관장 팬을 하기로 했는데 또 이렇게 하면 다시 흥국생명으로 돌아가 버릴 지도 모른다. (아니 무슨 팬이 이래).


내일 경기도 설마 또 5세트? 그러면 좋겠… 아니 잘 모르겠다. 5세트까지 가면 나도 글쓰기 힘들거든. 그래도 재미있고… 이게 도대체 뭔 조화인가. 


PS> 하루에 하나만 써야지, 흥국생명과 아란마레 글은 옵시디언에 써놨는데 날라갔더라… 아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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