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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농업이 미래다?

지금 가장 '핫 한' 파리 농업박람회

by Madame Paris

농업이 이렇게 '핫'해도 되나요?

"엄마, 돌아가면 안 돼? 농업 박람회가 뭐야? 대체..... 그런 거 안 봐도 돼!!!!"


3월 1일. 아이들 개학을 하루 앞두고,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을 이끌고 30분을 걷고 또 걸었다. 가는 내내 딸아이는 투덜거렸다.

사실 나도 좀 흔들렸다. '내일 개학 날인데 과제도 덜 했고, 박람회가 뭐라고.. 그냥 점심이나 먹고 돌아갈까?'

그래도 온 길이 아까워 가기로 했다. 내 판단이 옳았다. 안 갔으면 어쩔 뻔했니,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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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전통이지만, 동시에 미래다


'아니 근데 여기.... 농업 박람회장 맞아?'


파리 국제 농업 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griculture)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족 방문객과 농업 업계 관계자들, 카메라를 든 기자들 사이에서 특히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농업과 젊은이들의 조합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그 현장은 오히려 첨단 산업 박람회 같았다.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거기 가면 송아지도 볼 수 있고, 양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많은 것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농업을 향해 모여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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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농업에 꽂힌 이유

한때 농업은 부모 세대의 직업, 혹은 자연 친화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여기서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든 젊은이들이 농업 스타트업 부스에서 열정적인 설명을 듣고 있었다. 흙과 씨앗 대신 데이터와 AI를 통해 미래 농업을 꿈꾸는 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소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셰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도 신기했다.


최근 프랑스 농업 스타트업들은 AI를 활용해 작물 생산량을 30% 이상 높이고 있다고 한다. 혁신과 전통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농업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닌 미래의 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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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품평대회 = 농업계 월드컵?

박람회장 한쪽에서 들려오는 환호 소리. 축구 경기라도 하는 줄 알았던 그곳은 놀랍게도 소 품평대회장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키운 소를 심사위원과 관중들 앞에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깃발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뜨겁게 응원했다. 소 품평대회가 아니라 마치 스포츠 경기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소들의 평가 기준:

✔️ 혈통 – 우수한 품종을 유지하고 있는가?

✔️ 건강 상태 – 털의 윤기, 체형의 균형 등

✔️ 고기 또는 우유 품질 – 해당 품종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의 가치

✔️ 소의 태도 – 훈련이 잘 되어 있는가? (의외로 심사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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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회는 단순한 품평 대회가 아니었다.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소는 프랑스 최고 품질 인증을 받게 되고, 이 학생들은 미래의 농업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소 한 마리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그들의 꿈과 노력, 그리고 미래를 담은 존재였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소를 키우는 따뜻한 손길과 생명과의 교감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음을 느끼게 해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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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최애 스팟: 젖소 체험장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곳은 젖소들이 모여 있는 체험장이었다. 아이들은 1시간 넘게 신나게 소젖을 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농업 박람회답게 다양한 먹거리와 시식 행사도 많아서 입장료 이상의 만족감을 누릴 수 있었다. 국제적인 행사장답게 모든 관련 산업들이 다 모였다. 치즈 시식, 농산물, 유제품... 밥 안 먹고 가도 배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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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다시 '핫'해진 이유

우리가 흔히 IT나 금융처럼 빠른 변화가 있는 산업만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제 농업도 다르다. 이곳에 모인 젊은이들은 농업을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 혁신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먹고, 마시고,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그렇기에 농업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고, 그 방식만이 시대에 맞춰 변화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농업을 너무 과거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AI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본질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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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AI에 꽂혀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는 뭘 먹고살아야 되나...?" 고민이 큰 엄마에게 농업 박람회가 더 새롭게 느껴졌다. 그날의 박람회장은 농업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농업을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준 눈부신 무대였다.


농업은 전통이지만, 동시에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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